우리 집도 무량판 시공?…일부 아파트 주거동 적용에 입주민 불안 확산

온라인서 공사중·입주 건물할 것 없이 무량판 구조 적용 여부 질문 줄이어
민간 시행 아파트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 적용 사례 有
"꼼꼼히 시공하면 안전하지만 낯설고 난이도 높아"

대구 수성구 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 기둥과 슬래브(콘크리트 천장) 사이로 기둥보다 넓은 널빤지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다. 김윤기 기자.

"○○아파트는 기둥식인가요 무량판인가요? 정확한 정보 아시는 분?", "정확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미 준공한 아파트는 건드리기 힘들텐데…"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주상복합건물을 두고 부동산 정보공유 플랫폼에서 오간 문답이다. 최근 골조 공사를 마쳤다는 대구 중구의 주상복합 건물에는 "벽식, 기둥식, 무량판 구조 중에 뭔지 궁금하네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입주민들이 건축물대장이나 평면도를 공유하면서 무량판 구조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따져보는 게시물도 흔하게 찾을 수 있었다. 질문의 근저에는 무량판 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무량판 공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가 민간이 사업을 시행한 아파트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키로 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쓴 단지는 293곳에 달한다. 이 중 188곳은 이미 입주를 마쳤다. LH아파트들은 상부에 주거동이 없이 지하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써왔지만 전수조사 대상인 민간아파트는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쓴 곳이 혼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이 지은 무량판 공법 아파트에서 더 큰 부실이 발견될 개연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LH 주도 사업보다 수익 극대화 및 비용 절감 동기가 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전까지는 입주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도 우선 무량판 구조로 공사 중인 대구시내 아파트 공사장 14곳에 대해 17일까지 구조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중요 위험 징후 발견 시 정밀점검, 안전진단 등 신속한 후속조치도 예고했다.

이미 준공이 된 아파트에 대한 조사를 염두에 둔 선별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권오환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최근 10년 간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민간 아파트에 대해 조사한다고 가정, 설계서를 보며 대상을 선별 중"이라며 "시민들의 불안이 큰 만큼 꼼꼼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량판 구조를 썼다는 것만으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벽식구조나 기둥식(라멘) 구조 등 일반적인 다른 시공법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화랑 대구가톨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보가 있는 기둥식 구조는 배근의 응력(외부 압력에 대한 저항력)에 여유가 있어 설령 시공이 조금 부실하더라도 건물 전체의 안정성에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무량판은 기둥 주위에 철근을 보강하는 전단 보강근이 정밀하게 시공돼야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무량판 구조는 기둥이 슬래브를 뚫는 '펀칭' 현상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설계업체 대표 A씨(건축구조기술사)는 "무량판 시공이 흔해진 게 10년 정도에 불과해 작업자들의 무량판 시공 경험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하는 꼼꼼한 시공이 없으면 철근 누락이 발생하기 쉽다. 설계와 시공 과정 전반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