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부산에 가면 퇴사한다고?

입력 2023-07-30 19:33:59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는 한국거래소와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와 투자사, 그리고 금융시장을 총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까지 있어 금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을 맡고 있는 국책은행까지 여의도에 포진하고 있는 데다 국회와 정당까지 있어 노조와 이익집단의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여의도는 뜨겁다.

요즘 여의도는 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가 본격화되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확정됐다.

금융기관 본점과 금융 감독기관 및 국책은행이 한곳에 집중돼 있을 경우 업무 효율성에서는 집적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매' 금융기관도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에 금융기관들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금융 허브 주장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 같은 국책 금융기관들이 부산으로 이전해 간 지 오래됐지만 선물거래나 기술혁신 기업에 대한 지원에 차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전국 어디나 반나절이면 닿을 수 있고 온라인 쇼핑도 당일 배송이 가능한 시대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확정되자 산은 노조가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이전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부산에 가느니 퇴사하겠다'는 산은 직원이 많다는 소식도 들린다. 퇴사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사표를 내는 것이 좋겠다.

산은 노조와 임직원들이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방서 살기 싫다는 것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정책금융이 전문인 산업은행 경쟁력이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융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산은 같은 국책 기관을 이전해서라도 지방에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균형발전 정책이다.

'지방은 서울 사람이 가서 살 수 없는 지옥이 아니다.' 산업은행을 더 이상 '신의 직장'이라고 부러워하는 인식부터 바꾸도록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지방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