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교사노조 사무실에서 모인 지역 초등교사들
생활지도 중 초등생이 교사 머리채 잡고 빗자루 막대기로 머리 내려 찍어
짝꿍 뺨 때려서 생활지도했더니 "가만두지 않겠다"는 학부모도

최근 무너진 교권에 대한 교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위협한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그간 학생들의 폭언·폭행을 비롯해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지역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6일 오후 1시 대구교사노동조합 사무실에선 5명의 지역 초등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금까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당했던 교권 침해 경험을 털어놓는 좌담회가 진행됐다.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 학부모는 오히려 인권위에 민원
몇 해 전 대구 초등교사 A씨가 맡고 있었던 6학년 학급엔 이전부터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폭행을 일삼아 문제가 됐던 한 학생이 있었다. 하루는 이동 수업을 위해 복도에서 줄을 서있던 중 해당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이 너무 흥분한 상태였기에 A씨는 나머지 학생들은 이동 수업 교실로 보내고 그 학생과 단둘이 교실에 남았다. A씨는 우선 심호흡을 해보자고 권유하는 등 학생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갑자기 A씨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교실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와 막대 부분으로 A씨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교실로 돌아온 학생이 이런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해당 학생의 학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으나 학부모는 오히려 "작년 선생은 뺨을 맞아도 참았는데 당신은 왜 못 참느냐"는 태도로 나왔다. 그러면서 "왜 우리 애만 교실에 남기고 다른 애들은 이동 수업 교실로 보냈느냐"고 따지며 A씨가 자신의 아이를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부모는 교육청,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방면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A씨를 괴롭혔다. A씨는 18장에 달하는 진술서를 써서 제출하고 4개월 뒤 '인권 침해가 아니다'는 결론을 인권위로부터 받아냈다.
◆수업 도중 교실에 들이닥치기도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신규 교사이던 시절 수성구 한 학교 1학년 담임으로 1학기 도중에 발령이 났다. 기존 담임교사가 학부모의 갑질에 병가를 쓰고, 다른 교과 교사들이 돌아가며 담임을 맡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중간 발령이 난 상황이었다.
B씨는 왜 다른 교사들이 그토록 고통받았는지 바로 알게 됐다. 자신의 아이가 다른 학생에게 맞았다며, 그 학생이 자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한 명이 문제였다.
두 학생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한 결과 진술이 계속 뒤바뀌어 피해 사실이 확실치 않았고, 정작 사건 이후 두 학생은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학부모는 막무가내로 상대 학생에게 사과를 시키라며 B씨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B씨는 오후 10시 이후 늦은 시간까지 학부모의 전화와 문자에 시달려야 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근무시간 외에 오는 전화와 문자에 응대하지 않으니, 다음 날 학부모는 수업 도중 교실에 들이닥쳐 "왜 지난밤에 답장을 안 했느냐"며 따졌다. B씨는 정식으로 학교폭력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학부모는 "학폭위까지 열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긴 싫다. 그냥 해당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 아이에게 사과를 하게 하라"며 노발대발했다.
이후 B씨는 양측 학부모가 대면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학부모는 "감정이 상해 얼굴을 보기 싫다"며 거절했다. 이후에도 B씨는 해당 학부모를 배려해 주말에도 시간을 내 상담을 진행했으나, 돌아온 건 "담임 때문에 회사 시험을 망치게 됐다"는 어이없는 말이었다.
◆훈계한 학생 학부모 "가만두지 않겠다"
교사 C씨가 한 대구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을 때였다. 수업 도중 학생 간 다툼이 발생해 해당 학생들을 불러내 복도에서 자초지종을 듣고 있었다.
그때 학급 반장이 불러 교실에 들어가니 한 학생이 옆자리 학생에게 뺨을 맞아 울고 있었다. 옆자리 학생에게 왜 그랬는지 묻자 해당 학생은 "연필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 때렸다"고 말했다. C씨는 "친구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먼저 주의를 줬어야 하며, 다짜고짜 친구를 때려선 안 된다"고 타일렀다.
뺨을 때린 학생의 학부모에게 이런 상황을 알렸고, 이후 C씨는 그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지는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를 타일러 아이가 수치스러움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은 그 학부모는 그날 교장실까지 찾아왔고, C씨는 한동안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무분별한 신고와 민원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에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현실이 가장 문제"라며 "교사와 학교에 가해지는 이런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학교 구성원이 입은 민사상의 손해에 대해 교육 당국이 나서서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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