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외 미술 경매시장 ‘찬바람’ 불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2023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
“1분기 하락 추세 2분기 이어져…조정기 시장 초입 단계”
“추급권 보장한 미술진흥법, 소탐대실 우려…양면 따져봐야”

국내 미술 경매시장 낙찰 총액 추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제공

2018~23년 상반기 해외 낙찰 총액 추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제공

올 상반기 국내외 미술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내놓은 '2023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옥션, 케이옥션, 마이아트옥션 등 메이저 경매 기준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시장 낙찰 총액은 약 61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03%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판매 작품 수량(1천625점)은 8.45%, 낙찰률(71.24%)은 10.96%P(포인트) 감소했다.

해외 미술 경매 시장도 올 상반기 하락세는 마찬가지였다. 대표 글로벌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의 낙찰 총액은 전년 대비 18.2% 하락한 58.1억 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 낙찰 총액에 비해 13억 달러 감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2023년 1분기 하락 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또한 오프라인 경매와 함께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 낙찰 작품 수량은 늘었으나 평균 낙찰가는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불안한 시장 여건에 대한 구매 수요의 방어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이며, 조정기 시장에서 최고가 시장과 최저가 시장으로 움직이는 현상의 초입 단계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추급권(미술품재판매보상청구권)'을 포함한 미술진흥법 통과가 적잖이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추급권은 작가가 원 작품을 처음 팔고나서 이후 동일 작품이 재판매될 경우, 차익의 일정 비율을 작가 또는 작가의 저작권을 가진 이가 분배 받을 권리를 말한다.

보고서는 추급권의 도입이 예술 장르 간 불균형 해소와 미술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단기적으로 미술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일부 유명작가나 작고 작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부익부빈익빈을 부추겨 창작 의지와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젊은 작가들이나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시각 예술가에게 추급권은 그림의 떡이 될 확률이 높고, 구매자의 가격 상승 등 법안 목적과 달리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사실 추급권으로 이익을 보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 금액도 소액에 불과하다. 소탐대실이 우려되지만, 4년 뒤 시행되기까지 양면을 잘 따져보며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