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지루한 7월 장마의 폭우 속에 40여 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무엇보다 애석하고 통탄할 일은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던 어린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일이다. 급류로 서 있기도 힘든 곳에 장병들이 구명조끼도 없이 투입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다.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빌며 부모님의 한없는 비통함을 함께하고자 한다. 아울러 명백한 인재(人災)인 오송 지하차도 침수 희생자들께도 깊은 조의를 표한다.
반면, 재난마저도 정치적 이익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정치권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충북도와 청주시를 비롯한 재난 관리 책무를 가진 기구 중 어느 곳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곳이 없었다. 모두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고, 정치권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척하면서 정치적 손익 계산에 바빴다. 현장을 둘러보며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던 그들은 과거 유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었다. 수많은 법률안을 제출만 해놓고 논의도 하지 않거나 예산 부족 핑계만 댔고, 이후 아무도 제출된 법안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똑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책임지는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고, 그저 서로 남 탓만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와중에 또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난 대응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되고 현재 편성된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판단도 없이 그저 추경만 편성하자는 것이다. 그것도 누군가는 갚아야 할 빚인데도 말이다.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외로운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태도 똑같다. 아직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기도 전에 특정 정치인 갑질 의혹설을 퍼뜨리며 정치적 이익 취하기에 나섰다.
왜 이런 이상한 나라가 되었을까. 모든 문제의 시작은 '사람'이고, 시비와 곡직을 구분할 줄 아는 '올바른'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 우리 교육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익에 눈이 멀어 의(義)를 쓰레기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고, 국민이야 어찌 됐든 정치적 이익만을 지키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니 이 나라의 미래가 어찌 되겠는가.
교육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였다. 문제는 역대 정권의 교육개혁이 대학입시의 공정성에만 매몰되었다는 점이다. 교육의 근본은 이 나라의 동량(棟梁)이 될 '바른' 사람을 키우는 것임에도 입시의 공정성만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바른' 사람을 길러내지 못했다. 사교육이 사회 진출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불공정하게 만드는 것을 고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금지했던 1980년부터 생각해 봐도 지금까지 45년에 가까운 기간의 교육개혁이 사교육을 없애거나 줄였지만 입시의 공정성 문제는 그대로다. 오히려 자신만 알고, 이익에만 급급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넘쳐나게 만든 것이 우리 교육 아니었나.
자식을 위해 사리 분별 없이 선생님들을 찾아가 갑질하는 부모나 불법과 탈법을 마다하지 않는 조국 같은 부모들을 만들어낸 것도 우리 교육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여교사를 무차별 폭행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는 부모를 만든 것도 우리 교육이었다. 운전 중 작은 접촉 사고만 나도 크게 다쳤다고 병원에 드러눕는 국민을 만든 것도 우리 교육이었다. 남을 속여 이익을 취하는 것을 당연하고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국민을 만든 것도 우리 교육이었다. 그토록 공정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더욱 불공정해졌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교육개혁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바로 갖춘 '바른'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인터넷만 뒤져도 수많은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한 문제 더푸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바른'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인간처세(人間處世)에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처럼, 이익을 앞에 두고 올바름을 먼저 생각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 그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이 지향해야 할 목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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