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수근 상병 눈물의 영결식…"철저한 원인규명으로 다시는 비통한 일 발생하지 말아야"
고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는 끝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탈진해 쓰러졌다. 아버지는 자신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수색작전에 투입됐다가 산화한 채 상병의 영결식은 유족과 조문객들이 흘린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22일 오전 9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1사단 김대식관으로 채 상병이 누워있는 관이 해병대 의장대에 이끌려 들어왔다. 채 상병을 마중 나갔던 아버지, 어머니와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채 상병의 약력이 소개되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조사를 낭독하자 목까지 차오른 슬픔을 견디지 못한 유가족들이 흐느꼈고, 조문객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들의 눈과 코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채 상병의 동기생이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담담하게 추도사를 읽어 내려갈 때 결국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진승현 일병은 "네가 그렇게 휩쓸려 떠내려갈 때 맨발로 자갈밭을 뛰어다니던 선임들이 있었고, 계속 걱정하며 구하지 못해 울던 후임들이 있었다"며 "우리는 너를 발견하지 전까지는 잠들지 못하고 네가 꼭 살아있길 기도하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기사를 확인하는데, 끝내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를 군대에서 만나게 돼 나에겐 엄청난 행운이었고, 네가 못 이룬 것들까지 내가 대신 이뤄줄게. 부디 편히 쉴 수 있길 바라"라고 덧붙였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추도사를 마친 진 일병에게 달려 나가 꼭 껴앉으면서 "너무 보고 싶어. 우리 아들"을 외쳤고, 실내에는 슬픔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그래도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에 헌화를 하면서 끝내 무너졌다.
영정사진 앞에서 흐느끼며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겨우 달래 자리에 앉혔지만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탈진해 119구급대원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복도로 자리를 옮겼다.
아버지는 헌화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눈을 뜨지 못했다. 입술을 열면 앙다문 이 사이로 피가 배어 있을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조문객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채 상병의 고모에게 맡겼다.
그는 감사글을 통해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수근이가 이 자리에 살아서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뿐이다. 고 채수근 상병의 부모 올림"이라고 말을 맺었다.
총성 3번이 울리고 채 상병의 영현은 운구차로 옮겨졌다. 휠체어를 타고 복도에 기다리고 있던 채 상병의 어머니는 관을 부여잡고 "사랑해. 많이 사랑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한참을 매달렸다.
채 상병이 탄 운구차는 해병대사령관과 지휘관, 동료 장병, 조문객 등 800여 명의 경례를 받으며 출발했다. 사흘간 조문객들로 붐볐던 김대식관은 영결식을 끝으로 비워지지만 이곳을 채우고 있었던 비통함은 한동안 지워지지 않을 듯했다.
채 상병의 시신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채 상병에게는 지난 21일 보국훈장인 광복장이 추서 됐다. 광복장은 국가안보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장병에게 주어진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시된 실종자 수색작전에 투입돼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했다.
이날 작전에서 군부대 등이 구명조끼 미착용 등 안전에 허술하게 대응한 부분들이 지적되면서 현재 군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대식관 분향소에는 지난 20일 오후 2시부터 22일 0시까지 일반 조문객 1천여 명이 방문해 채 상병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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