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류의 역사에서 두 번째 '불'일까? 누구나 삶의 지혜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로부터 학창시절에는 선생님,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는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조금씩 지식과 지혜가 깊고 넓어진다. 이러한 성장 과정 속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286이나 386버전의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한글파일로 리포트를 작성하던 시절이다. 이 시기 밤새 쓴 파일을 한순간에 날려버려 허탈한 나날을 보냈던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다.
컴퓨터가 많은 것을 변화시켜 왔지만 지금 인류는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미래에 대해 기대와 두려움으로 갑론을박 중이다. 첨단과학의 시대 AI라는 도깨비 방망이가 어떤 주문에 걸렸는지 알지 못한다. 이 깊고 고요한 밤에 불을 밝힌 수많은 유저들을 통해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판도라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는 비유를 부정할 수 없는 시대다.
판도라의 항아리는 인간이 불을 훔쳐 화가 난 제우스의 또 다른 벌이었다. 이미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묶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게 한 벌을 내렸지만, 멈출 수 없는 호기심은 닫혔던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가난과 전쟁, 질병과 슬픔 그리고 증오라는 악이 나오자 뚜껑을 닫았다. 닫힌 뚜껑 안에는 희망이 남아있다. 이 신화에서 희망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AI가 판도라 항아리에 남아있던 희망일까. 아니라면 헛된 꿈일까.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지금 세계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기술에 환호하고 있다. 공기와 빛이 생명 구석구석 깃들어 있듯이 인공지능은 이미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 AI가 그림만은 그리지 못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직업군에 들지 않았지만, 그림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텍사스주 한 도시 박람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수상했다. AI는 회화적 기법으로 인물이나 풍경만이 아니라 추상화도 그린다. 웹툰도 원하는 질문과 설정에 따라 상상 이상의 속도로 결과를 드러낸다. 척척박사와 도깨비 방망이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인류에게 '불'의 사용은 진화의 전환점이었다. 불을 피해 달아나던 동물의 차원에서 불을 사용하면서 추위와 캄캄한 밤을 밝힐 수 있었던 150만 년 전 호모에렉투스는 날것을 익혀 먹으며 호모사피엔스로 진화를 시작했다. 21세기 지금 인류는 AI라는 '불'을 사용하고 있다. 이 불이 밝히고자 하는 미래가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갈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AI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언어내비게이션이라는 점에서 세계인과 언어의 장벽 너머 마음과 마음을 밝히는 불이 되는 것, AI가 판도라에 남아있던 '희망'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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