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해병대원이 구명조끼 없이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나라를 지키러 간 병사가 재난 현장에 투입됐다가 허망한 죽음을 맞은 것이다. 해병대가 최소한의 안전 장비 없이 장병들에게 수색 작업을 시킨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경북 예천군 내성천 수해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 1사단 소속 고(故) 채수근 일병(상병 추서)은 19일 오전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 채 일병은 실종 14시간 만인 19일 오후 11시 8분쯤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발견돼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20일 해병대는 채 일병 사망과 관련, 유족에게 사과했다. 또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며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내성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장병들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천변 수색이고, 수심이 깊지 않아서 그랬다고 한다. 병사들은 로프 등 안전 장비 없이 서로의 몸을 의지해 수색 작업을 했다. 안일한 조치이며, 어처구니없는 지시이다. 현장은 하천변이라도 강 바닥이 고르지 않아 수심이 깊은 곳도 있고, 유속이 빨랐다고 한다. 해병대는 전날 실종자 수색을 위해 내성천에 장갑차를 투입했다가 유속이 빨라 바로 철수했다. 채 일병 아버지는 "왜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 작업에 나섰느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라며 오열했다. 해병대 지휘부의 안전불감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엄정한 조사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청년을 위험한 재난 현장에 맨 몸으로 내몰면, 누가 생때같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고 하겠나. 우리나라 병사들은 예사롭게 재난·재해 복구, 실종자 수색 등에 투입되고 있다. 국가 재난 상황에 군 장병 동원은 불기피한 면이 있다. 그래도 안전은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사전 교육과 안전 장비 지급은 필수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나, 젊은 장병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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