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마을 대부분 유실…우곡리 마을 유실에도 목숨은 모두 건져
창평리 주민들은 한밤중 이장 따라 마을회관 집단 대피…"집 말리려 난방 켜뒀는데 가지도 못해"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죠"
17일 오후 4시 30분쯤 찾은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2리 오그레미 마을. 아스팔트 도로 곳곳이 갈라져 있었고 그 사이로 사람 발목 높이의 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군데군데 집이 무너져 있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트럭도 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지난 15일 오전 3시쯤 발생한 산사태로 마을 대부분이 유실된 곳이다.
마을에 사는 대부분 가구가 산사태 피해를 입었고, 18일까지 예보된 폭우소식에 복구가 늦춰질까 주민들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우곡2리 마을회관에는 지난 산사태로 일상을 잃어버린 주민 2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마을 전기가 모두 끊겨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한 상태다.
며칠 밤을 새운 듯 퀭한 눈을 하고 있던 김동혁(39) 씨는 "이번 산사태로 집 전체가 떠내려가다시피 해 마을회관에서 계속 지내고 있다"며 "이곳 사람들은 하룻밤 새 집, 차, 사과농장 등을 한꺼번에 잃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80대 한 주민은 "오전 2시부터 비가 거세지고 산이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나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다 깨어있었다"며 "지금이라도 비가 그치면 좋을 텐데 비 예보가 계속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이곳에는 약 4m 높이 산사태가 지나갔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산사태에 휩쓸려 4~5m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한 유정상(66) 씨는 "밖에서 큰 소리가 나 집 밖에 나가 있다 갑자기 산사태가 나를 덮쳐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우리집 현관문 쪽에 걸려 더 이상 떠내려가지 않고 5분 만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봉화군 창평리 마을회관에는 어르신 세 명이 비를 피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15일 저녁부터 하루 동안 쏟아진 비로 도랑이 넘치고 농로가 무너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어르신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내다보고 있었다.
사흘 째 마을회관에서 지냈다는 권오숙(81) 씨는 "늘 혼자 있다가 갑자기 20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제대로 씻을 수도 없고 잠도 잘 못 잔다"며 "집 안에도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내부를 말리려고 난방을 켜두고 나왔는데, 오늘도 비가 온다고 해서 집에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튿날인 16일 오전 4시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이장 안내에 따라 급하게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대피 행렬에 있었던 김춘희(81) 씨는 "그날 비가 와서 잠이 안 오는데, 정전인지 안방과 부엌에 불이 안 들어오더라"라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이장 차를 타고 오고, 가까운 사람들은 걸어오고 난리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작물들도 산사태로 모조리 쓸려나갔다.
인근에서 사과밭을 가꾸는 주민 A씨도 "산에서 흙이 쏟아져 알 굵은 사과들이 다 파묻혔다"며 "밭을 정리하려면 굴삭기이 들어와야하는데 바로 옆에 이웃이 벼를 심은 논이 있어 그마저도 안 된다"며 "10월에 수확해 내다 팔아야 하는데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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