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암은 진단되기 전에 이미 체중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면 병원에서는 우리 몸 어디에 암이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된다. 암환자의 영양대사에는 체중이 빠질 만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암 세포는 빠른 성장을 위해 정상세포 보다 기초 대사가 활발하고 에너지 요구량이 많아 암 환자에게 영양 결핍이 생긴다. 우리 몸의 세포가 필요로 하는 주요 에너지원은 포도당인데 암 세포는 정상의 건강한 세포와 달리 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포도당을 써서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화학적 에너지원인 ATP 생산)을 하지 못하고 포도당을 분해하는 해당(解糖, glycolysis) 과정만 되풀이하므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세 번째로 암세포는 세포분열을 과다하게 하고 스스로 세포수를 조절하는 세포사멸 기능이 없어서 과다 증식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암 환자는 악액질(cachexia)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소모성 증후군으로 지방조직 및 근육조직을 지속적으로 손실시킨다. 이로 인해 암 환자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더라도 체중 감소를 경험한다.
그 외에도 암 환자는 암 또는 암 치료로 인해 영양소의 흡수·이용 장애로 삼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의 부족을 초래하여 전반적인 영양부족 및 건강 장애를 초래한다. 또한, 암의 덩어리가 커지거나 암에 의한 염증반응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 휴식상태의 기초대사량의 증가를 일으켜 과신진대사 상태가 되어 에너지 요구량을 증가시킨다. 이런 원인으로 암 환자는 영양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 암 환자는 어떻게 이런 영양결핍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물론 병원에서 담당 의사나 영양사와 상의하며, 집에서는 환자나 가족이 함께 노력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충분한 칼로리, 특히 단백질의 섭취가 중요하다. 암 환자는 영양소 요구량이 늘어나므로 잘 먹어야 한다. 잘 먹으면 암세포가 빨리 커서 암이 빨리 진행한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 말이고 절대 곧이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 특히 칼로리가 높고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달걀, 콩 종류, 너트류 등이 좋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섭취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량씩 자주 음식을 먹도록 노력해 본다. 물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서 구역, 구토, 입맛 변화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도 병행하여야 한다. 이런 증상의 원인 중에는 항암치료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암으로 인한 소화기관이나 간, 담도, 췌장 기능의 장애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필요하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입맛이 당기게 하는 약도 수개월은 부작용 없이 투약이 가능하다. 심한 영양부족이나 암 악액질이 있는 경우는 코를 통한 튜브나 위루관을 넣어 음식을 위나 장에 바로 넣어주는 경장영양(徑腸榮養)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영양과 더불어 충분한 수분의 섭취는 필수다.
암 환자는 체중 감소를 피할 수 없고 영양결핍이 따라오지만, 가정에서는 환자와 가족이 합심하여 충분한 당분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양을 공급받도록 해 암세포와의 힘든 싸움을 이겨내도록 해야 한다.
김호각속내과의원 김호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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