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가양주, 고택 넘어 세상 밖으로] (하)안동의 전통주 세계화 나선다
'안동소주 테마파크' 조성…전국 술 모아 생산·전시·판매 원스톱 체험
오는 10월 전통주 브랜드 구축·유통 확산 '안동 전통주 박람회' 마련
경북도·안동시, 안동소주 세계화 TF팀 구성 수출전략 수립하고 홍보
고두밥과 누룩으로 자연 발효시켜 맑은 술을 걸러내면 '청주'(약주), 나머지는 '막걸리'가 된다. 말 그대로 '막 걸러 낸' 막걸리를 가마솥에 고아 증류시켜 얻는 것이 '소주'(燒酒)다.
이 세가지 술이 우리 전통주의 근본이다. 거기에 각종 한방 약재와 꽃 향기, 쌀 대신에 보리와 옥수수, 좁쌀을 사용해 각종 약리성과 술마다 다른 향을 머금도록 해 애주가들을 매료시킨다.
지난 12일 한국정신문화재단 페르소냐 카페에는 10여 명의 '종부'(宗婦)들이 모였다. 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안동 전통주 박람회'와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종부들은 이날 유통과 제조, 마케팅 등 전통주 산업화에 함께하고 지원하게 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가양주의 산업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집안에서만 빚어오던 가양주를 세상 밖으로 선보인다는 설렘과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행정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한시름 놓는다.
안동지역 숱한 종가마다 빚어오던 가양주들이 저마다의 스토리와 맛·향을 담아 빚어내, 소비자들이 수백년 전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를 만끽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권기창 시장, '안동소주 테마파크' 등 전통주 세계화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소주를 포함한 전통주를 세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안동소주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안동소주를 비롯해 안동 종가집에서 수백년 전해오는 가양주와 전통주는 물론 전국의 모든 전통주들을 한 곳에 모아 '술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권기창 시장은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더라도 지역 술을 선물한다.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를 알려면 술을 먹어라'는 말이 있다"며 "안동소주를 중국의 마오타이, 유럽의 위스키, 일본의 사케 등에 견줄만한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 높은 시기에 안동소주를 한국 술의 대표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어 세계화하고 지역경제 버팀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술 테마파크'를 조성해 안동 전통주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술을 모아 생산·전시·판매하는 원스톱 체험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권 시장은 "술 산업 발전은 결국 1차산업부터 6차산업까지 연쇄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 마오타이는 수백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안동소주 테마파크는 삼성전자 유치와 맞먹는 큰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통주 브랜드 구축·유통 확산, '안동 전통주 박람회'
한국정신문화재단은 오는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안동 전통주 박람회'를 마련한다. 경북 전통주 브랜드 구축과 유통 확산을 위해서다.
이 행사를 통해 안동 종가 문화에서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는 '접빈(接賓)의 마음'과 '술의 미학'을 알리게 된다. 또, 안동 전통주의 진짜 이야기를 알리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동원 한국정신문화재단 대표는 "종손·종부들께서 지금까지 수백여년 이어온 가양주들을 손수 빚어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재단에서는 전통주 계승과 유통 가능성을 이번 박람회를 통해 실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박람회에는 전통주 유통을 위해 바이어들이 참석해 상담을 실시하고, 종부들이 직접 빚어 내놓은 가양주에 대한 디자인과 네이밍 등 브랜딩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 안동지역 종가의 술 세계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가양주를 중심으로 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상영하고, 전통주 칵테일 경연대회, 전통주 토크쇼, '안동의 술, 우리의 술'이라는 주제의 전통주 강연, 전통주 수출협약과 홍보대사 위촉 등 전통주 산업화 지원에 나선다.
한임섭 전통주수출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명문가에서 내려오는 수백년 전통의 가양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다"며 "상품화 방법에 따라 세계화가 승부난다. 좋은 술은 지구촌 어디서나 통한다. 종가의 술이 다양한 컨설팅을 통해 세상에서 빛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술과 음식+관광', 안동 전통주 산업화 방향
앞서 언급했듯 안동지역은 오랜 고택과 종가들이 잘 보존돼 있다. 고택마다, 종가마다 문화가 이어오고 술과 음식 이야기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술과 음식, 불천위제사 등 종가문화가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된다.
종손과 종부들은 수백년 집안에서만 이어지던 종가문화 산업화에 나선다.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소비자들에게 맛 보이고 체험하도록 한다. 이들이 전통주 복원에 나선 이유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통주 개념이 없었던 1980년대 초만 해도 술은 단순히 징세편의를 위한 세원의 하나였다. 1990년대 중반 들어서 규제개혁과 함께 산업으로발전시키자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농산물 가공이 정점에 이르고, 지역 특산주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편판매 등이 법제화되고 각종 전통주 진흥 관련 법률이 생겨나면서 지금에서는 오히려 과잉상태라는 것.
이 전 장관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술 관련 허가는 2천88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역특산주가 1천514개나 된다. 한마디로 전통주의 홍수"라며 "안동의 전통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년전부터 종손·종부들과 가양주 복원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신형서 올소 대표는 "집안마다 내려오는 레시피대로 수년전 올소 생산을 위해 마련한 양조시설에서 종가의 술을 생산할 수 있다"며 "문제는 종부들이 직접 손으로 빚는 모습, 막걸리나 청주(약주)를 빚어내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술과 음식이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종가마다 종손·종부들이 가양주 주조법대로 술을 빚고, 현장에서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장소성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형서 대표는 "전통주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종가마다 술 이야기, 술 이름을 정했으며, 술병과 포장 디자인 등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소비자들이 맛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안동시, '안동 전통주 세계화 전략 모색'
전통주가 젊은층에게 인기다. 그동안 아재 술로 여겨지던 전통주를 MZ세대들 사이에서 나만의 취향을 대변하는 술로 자리잡고 있다. 수백년 이어온 전통주가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감소추세를 보인 반면, 전통주 시장은 최근 5년 증가세를 회복해 출고액이 2019년 409억원에서 2021년 831억원으로 팬데믹 전후 103%가량 증가했다.
'안동소주'도 오랜 역사와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스코틀랜드 위스키, 중국 마오타이, 일본 사케 등처럼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안동소주 세계화 TF팀을 구성해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홍보관 운영, 전통주 체험관광 활성화, 품질기준 도입 및 CI개발, 안동소주 제조가공 지원 사업 등 안동소주가 명품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동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선 오랜 역사와 지역적 가치를 활용한 품질 고급화 전략 등 국제적 브랜드가치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
안동 전통주가 지닌 문화적 가치와 기술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인증할 수 있는 기준,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안동 전통주가 국내의 한정된 전통주 소비층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증류식 소주로 자리매김한다면, K-컬처와 한류바람에 편승해 세계적인 명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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