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노트북, 메시지 사용 말고 듣기만 해달라"
"앞으로 2박을 더 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듯 대통령실 동행 기자단에 공지됐다.
폴란드 순방 일정 마무리 후 귀국 예정이던 14일 갑작스레 대통령실의 백브리핑이 예고됐고, 기자단은 내용도 모른 채 다들 긴장감 속에 브리핑에 참석했다.
아니나다를까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경호처 감사관 등이 한꺼번에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 마련된 대통령실 프레스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브리핑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표정 속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브리핑 하면서 이렇게 요청 드린 적이 없었는데 휴대폰 녹음이나 노트북 사용해 기록하지 말고 듣기만해달라"며 양해를 구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후 안보실장, 1차장 등이 잇따라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행' 소식을 각자의 입장에서 전했고, 브리핑이 끝날 때까지 대통령 신변 보호를 위한 보안 유지 요청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방문과 관련된 내용 유출 금지는 물론 휴대전화나 메시지 사용 자제도 강력 요청했다. 해당 언론사와 가족에게까지 알리지 말고 보안을 유지해달라 신신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경호 및 신변 보호를 위해 우크라이나로 이동, 부차시 등 학살 및 피해 현장을 돌아본 뒤 수도인 키이우에 도착,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보안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킹 등을 통해 방문 사실 유출을 우려해서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 관련 브리핑을 마친 시각은 이날 오후 3시 10분쯤. 우크라니아 출발 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1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던 순방 일정은 연장됐고, 이미 붙인 짐을 다시 돌려받고 숙소를 연장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일정 연장으로 준비해 온 옷가지가 동 나 호텔 세탁 관련 문의 폭주하고 반바지까지 입고 일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폴란드 국빈급 방문 등 이번 순방 일정에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 때마다 강하게 부인했고, 순방 기간에도 알려지지 않은 터라 기자단의 허탈감이 컸다. 김태효 1차장은 순방 전 브리핑 당시 "별도의 방문 내지 정상회담 계획도 없고, 현재 추진되고 있지도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15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 안전이 확보되고서야 공지를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 공식 방문 요청이 있었고, 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방문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의 한 장소만 가는 것이 아니고, 인근 도시, 인근의 시설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며 "키이우에서는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위한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식 초청을 받고 우크라이나 방문을 위한 준비는 해왔으나 인접국 폴란드의 협조, 이동 루트, 국가원수의 경호 및 신변 안전 확인, 보안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해야 했던 만큼 귀국 직전 방문을 최종 결정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엔 함께 초청된 부인 김건희 여사와 안보실장, 1차장 등 국가안보실 및 경호처 관계자 등 극소수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전쟁 중인 나라여서 비상시 계획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앞서 우크라이나에 갔던 다른 나라 정상들도 비밀을 지켜가면서 행사를 마쳤다. 국가원수의 경호 및 신변 안전 관련인 만큼 양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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