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성 정치학 박사(前 국방정보본부 보안정책담당)
올레나 쉐겔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조교수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지난 5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방한 일정 동안 통역을 맡았다. 그녀는 젤렌스카 여사가 국내 한 언론과 가진 대담 중 "전쟁터에 나간 아들에게서 연락을 받지 못할까 봐 잠 못 이루는 어머니들의 심정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통역하는 대목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물에서 73년 전 6·25전쟁 중 전사한 아들과 남편의 주검 앞에서 눈물 흘리던 약소국 대한민국 어머니의 한 맺힌 눈물을 보았다.
6·25전쟁으로 전사상자 62만 명, 10만 명이 넘는 전쟁고아와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전사자 12만 2천609명은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어머니의 눈물이 하해(河海)를 이루었고, 한(恨)은 산이 되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다시는 이 땅의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올레나 쉐겔의 눈물을 이름 모를 변방의 여성이 흘리는 눈물로 간주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평화를 지키고 약자를 보호하며, 인류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승리와 재건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이란 단서를 달면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야권을 중심으로 "발언을 철회하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뿐인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국내 수많은 지식인과 정치인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 코미디언이라 비웃으며 러시아를 자극하는 외교정책으로 전쟁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대한민국은 73년 전 북한의 침공을 받았을 때, 국제연합(UN)의 16개국으로부터 무기와 군대를 지원받아 나라와 생명을 지켰다. 그렇게 국민과 나라를 지켰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거듭났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이 눈앞의 국익이라는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강자 편에 섰다. 이는 추축국에 대항하여 싸웠던 국제연합(UN)의 이념과 가치,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를 지키려는 의지를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부정하며 내팽개친 것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사의 흐름에 중대한 변화가 있기를 소망한다. 약소국을 침공하는 국가는 반드시 응징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지와 시스템이 구축되고, 힘으로 약자를 누르는 '강대국의 논리'가 통하는 국제질서가 종말을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 위대한 세상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망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정당하고 마땅한 선언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러시아에 맞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때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고, 인류를 지킬 수 있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6·25전쟁의 눈물을 극복하고 일어선 세계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자유민주주의 모범 국가 대한민국이 마땅히 보여야 할 글로벌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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