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거장 ‘한흑구 선생’ 수필집 50여년만에 복간

입력 2023-07-10 11:18:48 수정 2023-07-10 17:47:44

포항 신생 출판사 '득수'에서 동해산문·인생산문 지난 5월 복간
한흑구 문학의 재조명…83편의 수필과 교우록, 수필론 등 담겨

한흑구 선생이 생전에 포항시 북구 남빈동 사택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도서출판 득수 제공
한흑구 선생이 생전에 포항시 북구 남빈동 사택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도서출판 득수 제공

한국 문단의 거장이자, 경북 포항 문학계의 아버지인 수필가 한흑구(1909-1979)의 수필문학집이 50여년만에 복간됐다.

한흑구 선생의 대표 작품인 '보리'를 비롯해 '나무'·'노목을 우러러보며' 등의 83편의 대표작들과 서정주 등 당대 문인들과 나눴던 편지들, 고인의 생전 문학관이 담긴 강론 등이 총 두 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실렸다.

일제강점기 시절,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그해 태어난 한흑구 선생은 본명인 한세광(韓世光) 대신 흑구(黑鷗)란 필명을 썼다. 머물 곳 없이 떠돌던 검은 갈매기의 처지와 나라를 잃고 헤매는 자신의 신세가 똑같다는 자조섞인 이름이다. 수십편의 주옥같은 수필들을 써내면서도 단 한 줄의 친일 문장없이 꼿꼿한 문학관을 지킨 선생의 일생을 대변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6.25전쟁 직전인 1948년 포항에 정착해 남은 여생을 보냈다. 포항생활 중 선생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신문 등에 숱한 작품을 기고하며 한국 수필문학계의 지표를 제시하는 한편, 지역 문단계 형성의 기반을 닦았다. 이렇게 선생이 수십년에 걸쳐 써내려간 작품들을 모은 것이 바로 한국 수필문학의 고전인 '동해산문(1971년)'과 '인생산문(1974년)'이다.

당시 일지사에서 출판한 수필집은 오래 전에 절판돼 문학계 주류에서 점차 멀어졌다. 이후 포항의 신생 출판사인 '득수'에서 선생의 수필집을 어렵게 찾아내 지난 5월 다시 출간했다.

도서출판 득수의 관계자는 "최근 문단 일각에서 한흑구 문학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고, 포항시 차원에서 한흑구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흑구를 한국 문학사에 온전하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두 권의 수필집을 복간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50여년만에 복간된 한흑구 선생의 수필집
50여년만에 복간된 한흑구 선생의 수필집 '동해산문'과 '인생산문'. 도서출판 득수 제공

'동해산문'과 '인생산문'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분류된다. 선생의 수수하지만 담담한 수필들과 이효석·유치환·조지훈·서정주·김광주 등 당대 문인들과의 교우록이다. 죽마고우였던 안익태 선생과 미국 시절에 있엇던 추억들도 담겼다. 책의 마지막은 선생이 생전 추구했던 수필론이다.

이번 한흑구 수필집 복간본은 최초 서적인 일지사의 것을 바탕으로 맞춤법·띄어쓰기·외래어 표기법 등을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에 따라 조금 수정했다.

또한 비학산(飛鶴山)을 비악산(飛岳山)으로 잘못 표기한 것(인생산문-'숲과 못가의 새 소리' 중) 등 일부 오류는 바로잡았으며, 지금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문인, 단체, 지명에 대해서는 180개의 각주를 달아 한흑구의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