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병영의 전화벨 소리

입력 2023-06-30 22:00:20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복무 중인 병사들뿐만 아니라 군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훈련병들도 3일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7일 병무청 홈페이지에는 '신병 교육 기간에도 주말, 공휴일에 1시간씩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입영할 때 휴대전화와 충전기 등을 지참하시기 바란다'는 공지가 떴다.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로 선정된 '병사 휴대전화 사용 시간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국방부는 지난 5월 병사의 휴대전화 소지·사용 시간을 아침 점호 이후부터 오후 9시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한다는 예고도 내놨다. 지금까지는 자대 배치를 받은 병사들 경우, 평일 일과 후인 오후 6∼9시, 휴일은 오전 8시 30분∼오후 9시에 제한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일과 후에 한해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조치는 2019년 4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2020년 7월 1일부터 모든 군부대에서 정식 시행됐다. 보안 사고 등 여러 문제점을 검토했지만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국방부는 당시 전면 시행을 결정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군 내부뿐만 아니라 여론의 걱정이 쏟아졌다. 군의 기밀을 누출하거나 휴대전화 사용에 몰두해 병사의 임무 수행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었다. 군이 자신감을 갖고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늘리고 있을 만큼 순기능이 더 많았다. 휴대전화 사용이 병사들의 복무 적응, 임무 수행, 자기 계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라떼 세대들'의 걱정을 돌려세우고 청년들은 자율 속의 책임 문화를 스스로 일궈내며 휴대전화 문화를 병영에 정착시키고 있다. 북한을 압도하는 스마트 강군에 대한 기대, 창의력을 갖추되 질서 역시 수반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도 우리 병영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들이 병영에서 절제와 균형감을 익히고 나온다면 적어도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혼란상만은 없애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