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주변인이 아닌 치열했던 삶의 주인공으로…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 당신은 지금 무얼 기다리나요… '나는 기다립니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습니다. 자신과 타인의 삶을 지나치게 부러워하거나 연민하는 것을 경계한 말이라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와는 반대되는 듯합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들여다보면 모두가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졌기에 사랑스럽다는 뜻이죠.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넓은 시선으로 인생을 조망하게 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일흔을 앞두고 풀어낸 깨꽃같은 인생 이야기
노인의 이야기는 대개 평면적이고 뭉뚱그려서 다뤄집니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도 노인은 주변인으로 그려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한 때는 뜨거운 사랑의 주인공이었고, 현재는 감각이 무디어졌을지라도 여전히 세밀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이순자 지음)는 일흔을 이른 나이로 여기며 사람을 사랑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의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6·25 전쟁으로 5남매의 유복자로 태어난 작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 자랍니다. 가난하지만 자신보다 힘든 이웃을 살피는 따뜻함은 책 전반에 묻어납니다.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고단함을 그려보게 합니다. 결혼 후 첫 명절에 100여 명의 시댁 가족이 모인 가운데, 준비한 음식이 모자라 닭볶음탕을 내놓기로 합니다. 친척들이 가져온 열 마리의 생닭을 칼로 손질하는 갓 시집온 새댁의 뒷모습을 회상하며 작가는 살며시 웃습니다. 작가를 따라 독자도 웃게 됩니다.
62세에 취업 전선에 나서며 겪었던 일을 쓴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이순자 지음)는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작품입니다. 노년의 구직 활동이 가지는 절박함과 힘에 부치는 육체노동, 사회의 냉정한 시선과 인간의 부조리한 일면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느 노인의 지나온 인생 이야기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낸 한 인간의 기록이라고 해야 옳은 것 같습니다. 고통과 상처로 기댈 곳이 필요한 이에게 기꺼이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작가의 따뜻한 인간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이 책은 유고 산문집이어서 더 이상 작가의 글을 접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작가가 보여줬던 인간에 대한 뜨거운 포옹과 위로를 읽다보면 안도현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납니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기다림으로 가득 찬 우리들의 이야기
'나는 기다립니다'(다비드 칼리 지음)는 어린 아이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다림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그림책입니다. 누구나 아이였을 땐 빨리 키가 자라서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기도 하고, 밖에 내리는 비가 그쳐서 얼른 나가서 놀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되면 무엇을 기다리게 될까요? 사랑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기를 기다리고 또 그 아기가 자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기다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기다림은 빨간 색 실로 표현돼 모든 페이지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인생에는 많은 기다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기다림 앞에 계신가요?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삶을 마친 인생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대하며 바라왔던 상황을 연결해 보면 우리의 인생 이야기가 만들어질 듯합니다.
어른들 중에 흔히 내가 겪은 이야기를 다 풀어내려면 책 몇 권은 나올 거라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고단한 세상을 거쳐 온 자라면 누구나 시인이요, 소설가요, 작가인 것입니다. 수많은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밑천이 되어 펄떡이는 글로 되살아납니다.
인생을 많이 산 어른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학생들도 자신의 슬픔과 기쁨, 기다림과 기대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은 나에게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빨간 실처럼 연결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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