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만(滿) 나이' 통일법…동급생끼리는 반말, 술·담배 판매 기준은 그대로

입력 2023-06-27 16:37:00 수정 2023-06-27 21:18:18

나이 기준에 따른 각종 분쟁, 민원 감소
일상생활에서 큰 변화는 없다는 전망도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진열된 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돼도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 연령은 현행처럼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진열된 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돼도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 연령은 현행처럼 '연 나이'가 기준이므로 술·담배 구매 가능 연령에는 변함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모든 국민이 1~2살 어려지는 '만(滿) 나이 통일법'이 28일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나이에 따른 일상의 혼동이 줄 것으로 기대했다.

27일 법제처에 따르면 만 나이는 출생일 기준 0살로 시작해 생일마다 1살씩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1월 1일이 되면 다 같이 1살씩 더하는 게 아니라 각자 생일에 1살씩 더한다. 올해 생일 전이라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고 –1을 하면 된다.

정부는 나이 기준에 따른 각종 분쟁과 민원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금피크제 적용연령' 소송이다. 노사 단체협약상 '56세'의 의미를 두고 원심은 만 56세로 해석한 반면 대법원은 만 55세로 해석했다. 나이 기준 해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장기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버스 요금이 무료인 동반 아동의 나이 기준도 마찬가지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만 6세 미만 아동은 버스요금이 무료인데, 버스요금을 지불한 뒤 환불을 요청하는 민원이 자주 발생했다.

12월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식 나이 셈법에 따르면 12월생은 태어나자마자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2살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감기약 섭취기준이 '12세 이상 20ml'라고 표시된 경우에도 나이 기준을 혼동해 정량을 초과할 위험이 있었다.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은 초등교육법에 따라 종전과 동일하게 만 6세가 된 날이 속한 다음 해 3월 1일에 한다. 만 나이를 사용하면 같은 반 내에서도 생일에 따라 나이가 달라질 수 있지만 친구끼리 호칭을 다르게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만 나이 사용이 익숙해지면 한두 살 차이를 엄격하게 따지는 서열문화도 점점 사라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법제처는 학급 내 호칭 관련 혼선 방지를 위해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는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청소년 보호법과 식품위생법, 병역법 등에는 연령에 관한 별도의 예외 규정을 두고 '연 나이'를 적용한다. 연 나이란 생일과 무관하게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를 말한다. 법제처는 "학년제와 병역 관리는 1년 단위가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칠순, 팔순 등 한국식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기념일 계산은 기존 관습에 따라 유지된다. 그동안 환갑은 만 60세를 기준으로 한 것과 달리 칠순과 팔순은 한국식 나이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법제처는 사적 영역의 관습을 인위적, 강제적으로 변경할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앞으로는 만 나이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 수령기간, 기초연금 수급 시기, 공무원 정년 등도 그대로다. 이미 현행 법령에서 '만 나이'를 기준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변동이 없는 것이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기존 발급된 각종 증명서도 현재와 달라질 점은 없다.

법제처는 "앞으로 나이가 등장하는 모든 법령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모두 만 나이로 해석한다"며 "법 규정에 등장하는 '만'이라는 표시는 삭제하고 '00세' 또는 '00개월'로만 표기하도록 정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법적·사회적 나이 기준을 일원화하는
법적·사회적 나이 기준을 일원화하는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대구 달서구 상인1동 행정복지센터 내 키오스크 알림판에 관련 내용의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