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신공항 승패 'LH 참여'에 달렸다…대구시 "SPC 필수 조건" 설득 총력

입력 2023-06-26 17:02:45 수정 2023-06-26 20:23:23

LH "부채비율 높아진다" 망설여
이현준 LH 사장 "공기업 평가에 부채비율 반영 안하도록 도와달라"
홍준표 시장 "공공투자법인 설립에 LH 반드시 필요해"…"흔쾌히 돕겠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대구 미래 스마트기술 국가산단 성공 추진 상생협력 협약식'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을 맡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의 핵심 열쇠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대구시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시는 SPC를 주도하는 '공동출자법인'에서 최대 지분을 보유하며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갈 공기업으로 LH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LH는 부채 비율 상승과 재무 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SPC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6일 '제2국가산단 상생협력 협약'을 위해 시청 산격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및 이한준 LH 사장과 만나 대구경북신공항 군 공항 건설과 이전 후적지 개발 사업을 위해 LH가 SPC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올해 LH의 부채가 151조원이고, 금융권 부채가 82조원"이라며 "하루에 52억원씩 이자가 나가는 상황"이라며 참여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홍 시장에게 "(SPC에 참여하려면) 조건이 있다"면서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기업 경영 평가에 부채비율이 반영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LH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단위 사업에 주로 참여하다보니 부채비율이 해마다 높아졌고, 이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19% 규모이고,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올해까지 3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을 받을 경우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이 중단된다. 일을 할수록 부채가 쌓이고, 성과급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18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18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LH는 부산엑스포 개최 예정 부지인 북항 재개발 사업과 전국 15곳의 국가산단 조성 사업에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공급하는 뉴홈 공공분양 31만6천가구를 전담하고 있으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피해 주택 매입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사장은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재무건전성이 떨어지고 당기순이익도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신공항 건설사업에 참여하려면 기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또 다시 부채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신공항 건설 사업은 후적지의 기반 조성 단계에서야 이익 회수가 가능한 사업 구조여서 투자 금액이 장기간 부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와 관련, LH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신공항 건설 사업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방향이 설정되면 진전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는 자본금 5천억원 규모의 SP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체 자본금 중 절반인 2천500억원 이상은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동투자법인이 내야한다.

현재 SPC에 참여하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은 대구도시개발공사(250억원)과 대구교통공사(500억원), 경북개발공사(250억원) 등이 유력하다.

시는 LH가 공동출자법인 자본금 중 20%인 1천억원을 내고 최대 지분을 확보해주길 바라고 있다. LH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SPC 설립은 커녕, 신공항 건설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LH가 SPC에 합류하지 않으면 공기업이 설립하는 공공투자법인에 자본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면서 "LH의 고민이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