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혜 수필가
나는 나쓰메 소세키, 이성복, 신형철을 좋아하는 한 사람을 사랑한다. 그 사람은 어느결에 내 내면으로 걸어 들어 왔던가 보다. 좋아하는 감정은 모르는 사이에 스며드는 모양이어서 언젠가부터 내 서가에는 그들의 책이 나란히 꽂히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자꾸 좋아진다.
어느 날 문득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자연이건 애착이 형성되고 나면 단점까지도 보이지 않거나 감싸고 싶어진다. 좋은 건 이유 없이 그냥 좋은 거니까.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꽃을 실물보다 엄청 크게 그리기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늘 질문했다. 꽃을 왜 그렇게 크게 그리느냐고. 그녀의 답은 명료하다. 풍경을 왜 그렇게 작게 그리느냐고 하지 않잖아요? 꽃들을 애정 있게 보았으면 해서 크게 그리는 것이지요. 면밀하게 관찰하고 섬세하게 그렸으니 꽃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다.
늘 책상이 정돈되지 않고 지저분하기로 유명했던 아인슈타인에게 누군가 말했다.
"당신, 책상이 어지러우니 머릿속도 어지럽겠군요." 그러자 아인슈타인 왈 "그러면 텅 빈 책상을 가진 사람은 머릿속도 텅 비었겠네요."
명쾌한 펀치! 역시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분명 어질러진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고 있었을 터이니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떠리. 그곳이 천재성의 모태인지도 모르는 것을.
모든 일에는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사춘기에 할법한 철없는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라도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별난 아이를 보면 나중에 큰 인물이 되겠다고 덕담을 해준다. 어쩌면 그 말을 듣고 아이가 길을 잘 찾아가기를 바라는 지혜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철없는 문제 행동을 할까 저어해 미리 방비하는 것일지도.
사람이 하루에 생각하는 총량은 오만가지라 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고민도 많은 법이다. 오만 생각이 오만 고민을 몰고 오기 때문일 터이다.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해결될 것이고,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 너무 공감되지 않는가. 걱정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그 말들 가슴에 품고 산다면 스트레스를 좀 덜 받을 수는 있을 터이다.
부는 풍선에는 주름이 지지 않는 법이라 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이,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어른이면 어떠리. 좋아하면 덤비고 볼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벼르고만 있다가는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후회할 일이 많아질 터이다. 서툴고 어설픈 시간이 모여 성장하는 법이지 않은가. 풍선을 고르고 부는 연습을 자꾸 해야 삶이 지루하지 않으리라.
그러니 한 번뿐인 생, 좋으면 좋은 대로 원하면 원하는 대로 휘뚜루마뚜루 살아도 괜찮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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