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했는데…전우들이 소식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1966년 5월 2일 해병대에 지원 입대했고, 같은 해 11월 3일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는 전선으로 갔습니다. 입대하는 장병들이 입대 후 요즘 다 가는 백일휴가나 외박도 없이 바로 파병을 간 셈이지요. 그 뒤 저는 1967년 2월 짜빈동 전투를 겪었고 여러 작전과 전투에 참가한 뒤 1968년 1월 귀국했습니다.
짜빈동 전투가 일어난 그날, 저는 2천400여명의 적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의 청음초병으로 경계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적의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없는 흐린 날씨나 밤에 소리를 들어 적의 행동을 탐지하려고 전방에 둔 초소를 청음초라고 하지요. 그 곳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도중 적의 인기척 소리가 들렸고, 부대는 모두 전투위치로 가 공격에 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새벽, 적군의 포 공격이 시작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분대장이 총에 맞아 저는 응급처치 후 분대장을 안전한 곳에 옮기고 다가오는 적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며 총력으로 방어했습니다. 날이 밝자 전쟁터 주변은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우리 부대는 적군을 200명 넘게 사살했지만 안타깝게도 15명의 청춘이 그 곳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금도 짜빈동 전투에 참전한 전우들은 전투가 일어났던 그날이나 현충일 즈음에 만나서 그 날의 회한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서울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는 그날 희생된 전우의 묘에 참배도 합니다. 최근에는 해병대 2사단 안에 짜빈동 전투 승전 기념비가 세워져 우리들의 고생과 희생을 기리고 있어 마음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비록, 일부 전우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 날 그 전투를 기억하는 전우들이 남아있어 다행입니다.
그 중 유일하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는, 그래서 더더욱 궁금한 전우가 있습니다. 바로 저의 선임 수병이었던 이봉규 씨입니다. 그 분과는 베트남에서 6개월 가량 함께 근무했었습니다. 대부분의 전우들은 현재 세상을 떠나지 않은 이상 2월이나 현충일 즈음에 만나거나 적어도 서로 어디 살고 있고 잘 살고 있는지 연락은 되는데 이 분만 생사가 확인이 안 되고 연락도 안 돼 궁금합니다.
이 형, 그 때 기억나십니까? 삶과 죽음이 늘 함께 있던 전선에서 우리가 함께 버텼던 그 때 말입니다. 비록 같이 있던 시간은 6개월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 해병으로써,전우로써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 않았습니까? 근무 서다 살짝 졸았던 게 들켜서 분대장이 우리에게 기합 준다고 전방에 있는 지뢰 안전핀을 뽑아오라고 했던 적도 있었지요. 기억이 나실 지 모르겠습니다.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주 살갑게 정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베트남을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했는데….
그 때 충청남도 어드메에 살고 있다는 것만 알 뿐 나이가 들어서는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많은 전우들이 당신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생사라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당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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