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품은 대구, 농업인구 최다 도시로… '신공항 경제권' 안고 산업축 확장

입력 2023-06-18 16:24:45 수정 2023-06-19 09:48:50

7월 1일 '대구시 군위군' 시대 시작
임야 면적 472㎢에서 934㎢로 약 2배로 확장
농업 인구 5만9천183명으로 증가, 전국 최다
신공항 주변으로 첨단산업단지·복합도시 조성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인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와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일대의 모습. 5㎞ 이내에 중앙고속도로와 상주~영천고속도로가 통과하고 국도 5호선, 국도 28호선 등이 인접해 있다. 매일신문DB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인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와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일대의 모습. 5㎞ 이내에 중앙고속도로와 상주~영천고속도로가 통과하고 국도 5호선, 국도 28호선 등이 인접해 있다. 매일신문DB

오는 7월 1일 군위군이 편입되면서 대구 경제지형도 급변기를 맞게 됐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신공항을 중심으로 군위를 첨단산업 요충지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계획대로 '신공항 경제권'이 조성된다면 지역 산업축은 군위 북부지역까지 확장할 전망이다.

농경에 신기술을 입힌 '스마트 농업', 농수산 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가미하는 '그린 바이오' 등으로 주력 산업 분야를 넓힐 기회도 주어졌다. 군위의 미개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군위 편입이 대구에 '호재'가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 임야 2배로… "산업용지 확보 유리"

대구가 군위군을 포함해 9개 구·군으로 재편되면 사업체 수는 28만3천119개로 늘어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대구 산업체 수는 27만9천798개, 군위는 3천321개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구분해 보면 대구는 도소매업 26.4%(7만4천78개), 숙박·음식점업 13.6%(3만8천117개), 제조업 11.6%(3만2천690개), 운수·창고업 11.1%(3만1천75개), 개인 서비스업 8.4%(2만3천627개) 순으로 비중이 크다.

군위는 건설업 18.9%(630개), 도소매업 16.7%(555개), 숙박·음식점업 12.7%(425개), 제조업 10.8%(359개), 전기·가스·증기업 9.9%(331개) 순이다. 자동차용 기기 부품 판매업과 광물·1차 금속 중개업, 신선·냉동·수산물 도매업, 대형마트 등을 포함하는 도소매업은 편입 후에도 가장 큰 비중(26.3%)을 유지한다.

눈 여겨볼 부분은 산업 용지의 변화다. 군위에는 2개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섬유·의복 업체 중심으로 입주한 효령면 효령농공단지(11만2천933㎡)와 조립, 금속, 제조업 중심인 군위읍 군위농공단지(30만1천365㎡)다.

현재 대구 여건에 더하면 산업단지는 24개로 늘어나고, 전체 면적은 4천456만㎡에서 4천497만㎡로 커진다. 이 가운데 농공단지는 달성군에 있는 옥포·구지농공단지까지 모두 4개가 된다.

군위군은 미개발 부지가 남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대구와 같은 도심지는 조성 원가가 높고, 먼저 개발한 민가 등에서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산업 용지를 확장하기 쉽지 않다. 대구시가 식품업체 이탈을 막고자 동구 용계동에 조성하려던 '식품산업클러스터'도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군위가 편입된다면 임야 면적은 472㎢에서 934㎢로 약 2배 넓어진다. 대구시는 중앙고속도로 주변 등으로 가용 면적이 있어 산업 용지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 농업인구 1위 도시로 우뚝, 대응은

농업 중요도도 대폭 커진다. 대구시에 따르면 군위 편입으로 대구 농업인구는 5만9천183명으로 14% 늘고, 경지면적은 6천917㏊에서 1만3천784㏊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 전체 광역시 가운데 농업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되는 것.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군위군에서 농민수당을 받는 농민은 5천896명, 금액은 가구당 60만원(총 37억원)이다. 그동안 경북도가 15억원, 군위군이 22억원을 나눠 부담해 왔다. 편입 후에는 군위군이 조례를 제정하고 자체 예산을 마련해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시가 시행할 추가 지원책도 마련했다. ▷친환경 우수 농축특산물 인증제도 운영 ▷도농상생 농업체험투어 운영 ▷농식품 제조시설 현대화 지원 ▷농산물 판로 확대 ▷축산물 소비 촉진 등이다.

이와 함께 대구에 있는 농촌인력중개센터 대상 농가를 군위까지 확대하고 군위군에 신규 센터를 지정할 예정이다. 군위 양돈농가 악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축산악취 개선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농촌 체험도 활성화한다. 대구시는 지난 4월부터 대구정책연구원을 통해 '농촌체험 관광 활성화 방안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민에게 군위 관광자원과 연계한 체류형 농촌·농업 체험활동을 제공할 생각이다.

군위군에서 추진하는 국·도비 농림사업 172개는 편입 이후에도 축소 없이 지원해 사업 연속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농촌 공간 관리를 위한 일반농산어촌 개발사업(10개), 취약지역 개조사업(5개)에 대한 국비 지원도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한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반도체 분야 대기업과 항공물류, 첨단 모빌리티, 지식서비스 기업을 집중 유치, '글로벌 항공·물류 신산업 허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본계획 수립·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지방공기업평가원 사업 타당성 검토를 거쳐 산업단지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내년 6월까지 진행하는 기본계획 수립·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통해서는 ▷개발 여건 ▷개발 후보지 ▷개발 수요 ▷조성 규모 ▷사업비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도심항공교통(UAM) 중심 도시 구상안. 대구시 제공
도심항공교통(UAM) 중심 도시 구상안. 대구시 제공

◆ 신공항 일대 한국형 경제특구로

대구시는 군위군 일대에 대구경북 신공항을 중심으로 새 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신공항을 여객·물류 복합공항으로 건설하고 주변 660만㎡ 일대를 첨단산업 중심의 '에어 시티'(Air City)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신공항 경제권'이다. 항공·물류 서비스 단지와 호텔 등 비즈니스·상업 지구가 입지한 형태로 예상된다.

다만 긍정적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군위는 전국에서 인구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게 나왔던 지역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8% 정도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0년 기준 대구 57조7천억원, 군위 8천469억원으로, 이를 합쳐도 전국 하위 수준이다.

군위 재정자립도(7.4%)가 낮은 상황에 새로 인프라를 깔고 도시화하려면 재정 부담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군위 편입과 신공항 건설을 GRDP 상위권 도시로 거듭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연구원장, 아태지역개발기구(EAROPH) 회장을 지낸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동해안과 가까운 데다 신공항까지 개항하면 산업 발전에 최적인 여건이 갖춰진다고 내다봤다. 공항·항만·통신망, 이른바 '트라이 포트'(tri-port)를 보유하게 되면서다.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세계경제 자유구역'을 조성하고 입주 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할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벤치마킹 사례로는 자유 무역을 지향하는 경제특구를 발판으로 '무역 중심'으로 성장한 싱가포르와 홍콩을 언급했다. 세부담,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 주자는 것.

박양호 원장은 "군위에는 세계경제 자유구역을 만들 수 있는 광활한 평야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11위 국가던 중국은 개혁 개방으로 2위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도 3위권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면서 "왕대추와 같은 특산물을 활용한 '애그리 포트'(Agri-port), 삼국유사 등 역사문화 유산과 연계한 '아트 포트'(Art-port)로 신공항을 브랜드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경북 신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