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정전 시 막대한 손실…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수
구미천연가스발전소 2025년 말 준공…3천GW 안정적인 전력 공급 가능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입증한 경북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적지라는 평가 속에 구미시는 특화단지 지정의 3대 요소, 즉 ▷전력 ▷부지 ▷물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고 있다.
(상) 전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00조원과 1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용인시 남사읍과 원삼면에 각각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 수급 문제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경북 구미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
◆ 수도권 반도체 전력 수급난 심각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의 최대 난관으로 전력수급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710만㎡(약 215만평)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하루 최대 7GW라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수도권 발전 시설로는 이 같은 대규모 전력량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적자 상태인 한국전력이 수도권에 추가 전력망을 설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자체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데,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비춰보면 주민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자체 LNG발전소인 '스마트에너지센터'를 이천과 청주 두 곳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극심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청주 공장은 지난해 말 겨우 착공했으며 이천 공장도 얼마 전 시운전에 돌입했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 초격차를 확보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 안정적인 전력 공급 가능한 구미시
내륙 최대 산업단지를 보유한 구미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 지방도시 중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서부발전이 구미하이테크밸리 국가산업단지(5단지)에 건설 중인 구미천연가스발전소가 있다.
지난 16일 오전 기자가 찾은 발전소 공사 현장에서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이용한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각종 건물을 지지하게 될 파일(말뚝)이 땅에 1천800개나 박혀 있었다. 인부 100여명도 중장비 옆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 연말 토목공사가 끝나고 골조·전기·기계 등 세부 공사가 시작되면 인부들은 하루에 600~7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연간 15만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안정환 한국서부발전 공사관리부장은 "작년 말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후 현재 공정률은 약 6.4%다. 송전선로 철거 작업으로 공사가 조금 지연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 올해 연말이 되면 공정률 약 22%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구미 전력 자립률 6%→30%
이 사업은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에 따라 국내 최초로 석탄발전을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구미천연가스발전소는 2025년 12월 폐지될 태안 석탄화력발전 1호기를 대체한다. 이를 위해 서부발전은 2025년 12월까지 7천580억원을 투입해 하이테크밸리에 설비용량 501.4MW(메가와트)의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구미시의 연간 사용 전력량(약 9천600GWh)의 31%에 달하는 3천GWh가 생산된다. 구미하이테크밸리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고도 남는 용량이다. 구미시의 전력자립률도 현재 6%에서 30%로 높아진다.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 어떤 인프라보다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약 순간적인 정전이라도 발생하면 양산된 반도체를 폐기 처분 해야 하며, 이는 경제·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미국 텍사스주 소재 삼성전자 오스틴공장은 2021년 겨울 한파로 3일간 전력이 끊겨 총 7만1천장의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지 못했다. 당시 피해 금액은 최대 4천억원에 달한다.

◆ 산업단지에 발전소가 있으면 좋은 점
구미하이테크밸리에 대규모 발전소가 가동되면 입주기업은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자체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발전소 내에 각종 설비도 구축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 사고 발생 시 문제 해결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석탄발전소에 비해 LNG 발전소가 기동에 필요한 시간은 10~15분으로 짧아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안 부장은 "반도체와 같은 초정밀 제조업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적인 전력이다. 반도체 양산 과정에서 정전이 발생하면 로우 퀄리티(low quality) 제품이 만들어져 사용하지 못한다"며 "산업단지에 발전소가 있으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구미시가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은 발전소 가까이에 있는 주민이나 기업에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전기요금 차등제'가 핵심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수도권이 자재나 인력을 쉽게 수급할 수 있고 전기 값도 똑같으니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반도체 기업이나 데이터 센터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번에 짓는 천연가스발전소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면 반도체 특화단지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모든 기업이 구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구미시가 든든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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