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포스코 갈등, 지역 정치권이 나서라

입력 2023-06-18 18:31:30 수정 2023-06-18 18:56:44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포스코 지주회사(포스코홀딩스) 설립으로 촉발된 포항시와 포스코 간 갈등이 태풍 힌남노 복구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 다시 점화하는 양상이다.

포항 시민 단체들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포스코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포스코는 최고 경영자의 무조건적인 퇴진 요구에 맞서 더 이상의 대화나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월 양측이 서명한 '포항시와의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를 구성하여 상호 협의를 추진한다'란 합의서 이행이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포항 시민 단체와 포스코의 갈등 상황에서 단체장이 와병 상태인 포항시도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최대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지난해 2월 25일 '포스코 지주회사 포항 설치와 관련한 합의서'를 이끈 공 다툼엔 적극적이었던 지역 정치권, 특히 김정재·김병욱 두 국회의원의 역할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두 국회의원이 가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기 좋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쉽사리 풀기 어렵고 '득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포항시와 포스코의 갈등 국면 해결 노력은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포스코 지주회사 포항 설치와 관련한 합의 이후 포항시와 포스코, 시민 대표단은 상생협력 TF를 꾸린 뒤 대화와 협상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12월 23일 7차 회의를 끝으로 더 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까진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복구에 전념하느라 협상이 이뤄질 수 없었고,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가 사실상 주소지만 포항시 남구 괴동동으로 이전하고, 지난 4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주소를 뒀지만 포스코가 경기도 성남시에 수도권 분원 조성을 위해 대규모 부지 매입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범대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범대위는 급기야 지난 15일 포스코 포항 본사 앞에서 주최 측 추산 4천 명(경찰 추산 2천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지속적인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지주회사 포항 이전은 물론 2차전지 소재사업,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등 포항에 대한 투자 확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데도 일부 시민 단체가 최고 경영자의 무조건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어떤 대화나 협상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시민 단체와 포스코의 갈등 양상에도 불구하고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 협의의 한 당사자인 포항시는 시장이 신병 치료차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뾰족한 중재나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와 시민 단체, 포스코 사이에서 중재를 하고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는 포항 지역 두 국회의원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포항을 대표하는 두 국회의원이 포항의 미래와 상생발전을 위해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