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에 개관
어두운 공간에 스팟 조명·무반사 유리
사진 전문 전시 공간 특색 살려
지난해 10월 사진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사진의 거장인 랄프 깁슨(Ralph Gibson)을 기념하는 세계 첫 미술관이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열었기 때문.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랄프 깁슨은 현실 속에서 초현실주의적인 세계를 포착하는 작업을 선보이며 20세기 현대사진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193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영화 조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세트장을 다니며 카메라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샌프란시스코 예술대학(SFAI)에서 사진 공부를 시작한 이후 전시와 사진집 출간, 강연과 워크숍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라이카 Medal of Exellence, 루시 평생 공로상,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블랙 3부작'으로 꼽힌다. 1970년대 발표한 '몽유병자', '데자뷰', '바다에서의 날들' 등의 시리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지만 강렬하고 신비한 흑백 대비를 통해 초현실주의 사진의 방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았다.
고은문화재단이 BMW동성모터스의 공식 후원을 받아 개관한 '랄프깁슨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 37번길 10)은 세계적인 사진가 랄프 깁슨의 사진과 문화에 대한 철학, 가치를 나누는 공간이다. 고은문화재단은 2007년 고은사진미술관, 2015년 BMW포토스페이스에 이어 세번째 사진 전문 전시공간을 갖췄다.
랄프깁슨사진관 개관은 2014년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 랄프 깁슨 회고전이 계기가 됐다. 랄프 깁슨과 고은문화재단의 활발한 교류와 협업 논의가 사진관 개관으로 이어지게 된 것. 지금은 수영만 요트경기장 인근으로 옮긴 고은사진미술관의 본 건물을 활용했다.
특히 랄프 깁슨 작가는 미술관 건립을 위해 초기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1천여 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또한 영상, 문학 등 문화예술 전 영역에서 활동해온 그의 다양한 작업물과 그가 쓰던 카메라, 렌즈 등도 랄프깁슨사진관이 영구 소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찾은 랄프깁슨사진미술관에서는 랄프 깁슨의 'Sacred Land'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젊은 국가인 이스라엘의 유구한 역사와 유대인 디아스포라, 독특한 석회석 지형과 빼어난 건축물 등을 담은 작품 100점이 전시장을 채웠다.
특히 다른 미술관들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 건 지하 1층 전시장이다. 화이트 큐브 형태의 1, 2층 전시장과 달리 입구에서부터 '전시실 내부가 어두우니 주의해주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랄프깁슨사진미술관 관계자는 "사진 전문 전시 공간의 특징을 살려, 벽을 어두운 색으로 칠하고 작품에만 빛이 떨어지는 스팟 조명을 사용해 사진에 더 집중하도록 했다"며 "액자도 무반사 유리를 사용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받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16)이 차로 15분 거리에 있으니 들러볼만하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7월 9일까지 이정진 사진가의 'Unnamed Road'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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