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샀더니 불법건축물…입주자 울린 경주 충효동 빌라 사기분양

입력 2023-06-14 14:05:11 수정 2023-06-14 22:16:28

논란이 되고 있는 경주시 충효동 빌라 분양 홍보 포스터.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불법증축된 곳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주시 충효동 빌라 분양 홍보 포스터.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불법증축된 곳이다.

경북 경주시 충효동 한 빌라 입주민들이 입주 전 시공사 측의 베란다 불법증축으로 인해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받으면서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설계상의 문제 탓에 원상복구도 힘든 상태에서 이행강제금만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입주민 측에 따르면 해당 빌라는 일조권 확보 등을 규정하는 건축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5층의 면적은 4층보다 협소하게 설계됐다. 하지만 이 건물을 시공한 A사는 애초부터 이 건물의 베란다를 불법증축해 분양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A사는 지난 2016년 11월 경주시로부터 해당 빌라의 준공 허가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건축물은 설계와 동일한 형태였다.

그러나 A사는 준공 허가를 받자마자 불법증축을 통해 5층 베란다에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베란다 부분을 실내공간으로 증축했다. 이후 빌라를 분양하면서 불법증축 사실을 숨겼고, 확보된 실내공간 9.36㎡ 또한 분양금에 포함시키는 등 입주민을 속였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빌라 5층에 입주한 6명의 입주민은 2020년 경주시로부터 불법건축물로 적발돼 자진철거 및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고, 2021년부터는 수십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있다.

원상복구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입주자는 불법증축한 부분을 걷어냈다가 장마철 베란다로 떨어진 빗물이 실내로 넘어오는 등의 피해를 겪고는 다시 지붕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A사는 이미 폐업 신고를 한 상태다.

지난해 입주민들은 A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1심에서 승소했다. 대구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A사 대표는 입주민들에게 적게는 1천304만원에서 많게는 2천95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A사 대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소송에 지친 입주민은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매월 300만원씩, 각각 900만원씩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A사 대표는 이날까지도 입주민과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 입주민은 "애초 불법증축을 감안하고 설계해서인지 원상복구를 하면 장마철에 비가 새고, 그대로 두자니 위반건축물로 등재돼 이행강제금을 계속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원상복구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불법건축물 양성화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