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선택이 가져다준 신선한 기쁨…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퇴사 후 53세의 나이에 시작한 피아노로 삶이 즐거워져…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우리는 행복은 평범한 일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를 위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습관을 소홀히 한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스스로를 돌보고 지켜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서 누군가 나를 돌봐줄 거란 기대는 금물이죠.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용기와 변화로 '갓생'(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며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포기로 인해 얻게 되는 것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김영우 지음)는 경기 가평에서 독립서점을 운영 중인 저자의 남다른 선택과 달라진 일상을 기록한 책입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에 살던 저자는, 이제 손수 가위를 들고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고, 마당 잔디를 깎고, 연통을 청소하는 삶을 삽니다.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는 대신 작은 책방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책을 읽고 글을 쓰죠. 갑자기 시작된 전원생활도, 서점 운영도 무엇 하나 만만할 리 없습니다. 사시사철 벌레를 피할 수 없고 벌에 쏘이기도 하며 뱀과 마주치는 일도 허다하고요. 마트는 멀고 배달은 되지 않으니 식생활의 대부분은 집에서 해 먹는 쪽으로 귀결됩니다. 야심 차게 문을 연 동네 책방은 생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하루에 두 권 파는 게 목표일만큼 근근이 버티는 중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막상 해보니 할 만하고, 낯선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진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만류했던 '서울을 떠남'으로써 밤하늘 가득한 별을 향유하고, 제멋대로 자라는 풀 냄새를 맡으며 살게 됐습니다. 딸아이는 분교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랐습니다. 가족과 이웃 간의 유대는 덤이고, 동네 작은 서점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사람들과 함께 경험합니다.
'인생은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 게임의 연속'이라는 말처럼 저자는 가평에 살며, 서점을 운영하며 안정된 삶으로부터는 조금 멀어졌지만, 그 대신 다른 많은 것들을 얻게 됩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 순간 고민 끝에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려 애쓴 저자의 흔적이 유머러스하고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삶이 즐거워지는 피아노 수업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이나가키 에미코 지음)는 저자가 퇴사 후, 53세의 나이에 어릴 적 그만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배운 뒤 그야말로 폭 빠져버리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내가 떠듬떠듬 피아노를 치면 앳된 여선생님의 아름다운 얼굴은 순식간에 귀신처럼 험악하게 변했다. 들으라는 듯 내뱉는 귀신의 한숨 소리는 또 얼마나 크던지. 그러니까 피아노에 관한 즐거운 기억 따위는 찾기 어렵다'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으면, 방 안에 틀어박혀 지루한 표정으로 바이엘이나 체르니를 쳐야 했던 아이들, 한 번 연습하고는 빈 포도 송이에 두 개 세 개 색칠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 저자 또한 어릴 적 피아노와 인연이 길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퇴사 후에 문득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피아노를 향한 마음이 솟게 되고, 40년 만에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것이지요.
물론 뒤늦은 나에게 배우는 피아노 수업의 어려움과 난관을 저자는 몸소 실감합니다. 어릴 적엔 무시했던 손가락 번호를 필사적으로 읽으며 건반을 누르고, 노안이 찾아와 악보를 두 배로 확대 복사하는, 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들이 저자의 생생한 문체로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저자는 깨닫습니다. 인생 후반전에 누려야 할 즐거움은 그전과 사뭇 다르다는 걸요.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결과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찰나가 될 매 순간 열정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앞으로의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은 아주 빨리 읽힙니다. 배움이 주는 즐거움과 희열을 쉬지 않고 설파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때로는 선생님의 칭찬에 우쭐해하고, 때로는 꿈의 곡을 연주하는 기쁨을 만끽합니다. 피아노를 통해 얻은 삶을 향한 통찰,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굳은 다짐들이 엿보여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합니다. 역시 늦었구나 싶을 때 반짝이는 성장의 순간을 맛보고, 그 맛에 취할 무렵 또 다른 고비를 맞닥뜨리게 되는,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이야기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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