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바꿔치기'로 드러난 불법 입양 실태…양육 어려운 산모 노렸다

입력 2023-06-11 15:51:55 수정 2023-06-11 21:10:54

출생신고 절차 강화, 미혼모 등 보호 대책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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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산모 바꿔치기' 사건을 통해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동 매매와 불법 입양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출생신고 절차 강화와 자녀를 양육하기 힘든 환경에 놓인 미혼모 등에 대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모두 10명이다. 구속된 37세 여성 A씨는 지난 3월 13일 남구 한 대학병원에서 산모 바꿔치기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를 병원에 두고 사라진 산모 B(31) 씨 역시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A씨를 도운 남편과 지인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씨가 과거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정황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2021년 포털 사이트를 통해 아기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산모들에게 접근해 아이들을 불법으로 입양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를 통해 과거 아기를 불법 입양시킨 산모 1명과 양부모 4명도 각각 아동매매와 허위 출생신고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불법 입양 과정에서 돈이 오간 정황도 확인했지만 A씨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입양된 아이들 모두 건강한 상태로 잘 자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출생신고 절차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산모 B씨는 출산과 입원 과정에서 A씨 인적사항을 사용하고 A씨 명의로 출생신고까지 마쳤다. 간호사에 의해 발각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A씨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출생과 입양 사실을 숨기길 바라는 산모와 양부모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2012년 개정된 입양 특례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입양 절차를 마치기 위해서 친부모는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양부모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사적으로 아기를 입양하거나 돈을 주고 거래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불법으로 입양된 아이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서 산모를 확인하고 바로 출생신고를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아이를 양육하기 힘든 환경에 놓은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