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범죄도시

입력 2023-06-09 21:11:34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지난 일요일이었던 4일 하루 동안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7만여 명이 영화 '범죄도시 3'를 봤다. 올 들어 하루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긴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 3'가 처음이다.

'범죄도시 3'는 괴력의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우리나라 현직 경찰관들과 일본 야쿠자가 함께 연루된 대형 마약 범죄단을 소탕하는 이야기이다. 마약 수사를 하던 현직 경찰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이용해 마약 유통에 개입,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챙기려 하는 충격적 내용도 담겨 있다.

과거 마약이 영화 스크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3년간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전국의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필로폰은 3년 연속 조사 대상 34개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나왔으며, 인구 1천 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약 20㎎ 내외로 나타났다.

대구의 최근 3년간 인구 1천 명당 필로폰 일일 사용 추정량 평균치는 14.81㎎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6번째로 높았고, 엑스터시도 2020년 0.82㎎에서 지난해 1.66㎎으로 매년 증가세였다. 하수도에서 잔류 마약이 쉽게 검출될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 복귀는커녕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10대와 20대 마약 범죄 사범이 지난해 기준으로 4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었다는 충격적인 수치까지 이미 나와 있다.

국회에서는 마약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마약 유통 사범에 대한 징역 하한을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아시아 패권국이었던 청나라는 아편에 취해 망했다. 마석도라는 경찰 영웅이 모든 마약 사범을 일망타진할 수는 없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극도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막지 못하면 온 나라가 범죄도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