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법로비에 여야 없다

입력 2023-06-04 20:02:42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은) 고통스럽지만 가상자산 업계가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자양분이 될 것이며 블록체인 시대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다."

지난 1월 열린 '2023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축사 중 일부다. 이 전 대표는 자타 공인 정치권 내 최고의 가상자산 투자 전문가다. 가상자산 투자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짬짬이(?) 투자하고 있다면서 선거(총선) 서너 번 치를 정도의 돈을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벌었다고 당당하게 밝힌 바도 있다.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지난 대선을 진두지휘한 당 대표로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그다.

어떠한 정치적 현안이라도 주저 없이 참견하던 그가 김남국 코인 논란에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고만 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 코인 불똥이 옮겨붙고 있어도 그는 잠잠하다.

위믹스 코인 발행사인 '위메이드' 관계자가 2020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14번 국회를 방문했고 그중 3번이나 허은아 의원실을 찾았다는 기록이 공개된 이후, 허 의원이 2022년 9월 '메타버스 진흥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법안은 사업자가 메타버스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을 처분할 수 있게 해주고, 메타버스 안에서 자산 처리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게임법에서는 거래가 금지된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를 메타버스에서는 현금화할 수 있어 게임사들이 엄청난 수혜를 볼 수 있는 법안이다. 이 법안 공동 발의자에 김병욱, 김웅 등 이준석계 의원뿐 아니라 이 전 대표가 만든 혁신위를 이끈 최재형 의원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특이하게도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이를 지적하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위메이드"라며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2022년 7월 민주당 의원 11명은 P2E 거래를 합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디지털 자산 거래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입법 로비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게임업체 관계자의 국회 방문 기록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