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경북 북부 찾는 넷플릭스

입력 2023-06-13 11:30:00 수정 2023-06-13 19:11:12

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택배기사(2023), 지금 우리 학교는(2022), 킹덤(2019)의 공통점은? OTT 분야 글로벌 1위 넷플릭스가 안동과 예천, 문경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찍은 드라마이다. K-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경북 곳곳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들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방영된 '택배기사'는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주로 찍었다. 외부 촬영의 90% 이상이 안동, 예천, 문경 일대에서 이루어졌다. 총 2만여 명의 영화인과 제작진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40일가량 체류했다. 이들이 이곳에서 쓴 숙박비, 식대 등 제작비만 21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택배기사' 제작진이 경북으로 온 까닭은 무엇보다 경북도의 친(親)영화정책 영향이 크다. 경북도는 도청신도시 유휴 부지를 영화 촬영장으로 제공했다. 노는 땅(분양하지 않은 단독주택용지)을 영화인들에게 '착한 가격'에 빌려주었다. 대신 촬영 인력 숙식과 장비 일체를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역 경기 활성화는 물론 영상산업 기업 유치 등 경북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복안을 일정 정도 이룬 셈이다.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 TV 부문 콘텐츠 4위에 오른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 무대도 안동이다. 안동 성희여고, 강남동과 옥동을 비롯한 안동시 모습이 항공촬영 등의 기법으로 다양하게 나온다. 드라마 방영 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학교 주변 카페 일대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국형 좀비 드라마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킹덤' 시즌 1·2에서는 문경새재가 드라마 속 실제 공간이자 주요 촬영지로 등장한다. 원래부터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메카였던 문경새재는 킹덤을 통해 전 세계에 한류 사극 열풍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관심을 가지기 전에도 이미 경북 북부지역은 국내 드라마와 영화 로케이션 촬영의 주 무대였다. 미스터선샤인, 슈룹, 환혼 등 인기 드라마가 이곳을 거쳐갔다. 안동 고산정, 만휴정은 물론 예천 초간정, 문경새재 등은 영화인들의 단골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배에 달한다. 이에 경북도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성과를 이어받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한미 문화동맹 강화를 위해 'K-영상 콘텐츠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영상 실무부터 취업까지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원스톱 제작 환경'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관광산업과도 연계해 경북 로케이션 작품을 유치하는 등 구체화된 실행 전략들도 추진 중이다. 경북도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 국제관광박람회를 통해 경북 속 인기 드라마 촬영지를 소개하면서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안동 신도시에서 찍은 '택배기사'가 흥행에 실패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작품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경북을 '한국판 할리우드'로 만들겠다는 첫걸음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마침 오는 20일에 넷플릭스 서랜도스 대표가 윤 대통령의 초대로 방한할 예정이다. 이철우 도지사가 서랜도스 대표를 경북으로 초청해 '시네마 경북' 도전을 알리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