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안보에 공짜 점심은 없다

입력 2023-05-30 16:58:41 수정 2023-05-31 10:45:40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우크라이나 전쟁 통에 북한의 망동(妄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30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6월에 곧 발사하겠다고 겁박했다.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호기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한 지 10여 일 만에 '미사일 공포 쇼'를 실연(實演)할 태세다. 말이 인공위성이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동북아 지역을 도발하려는 것쯤은 국제사회가 다 안다. 그동안 동쪽을 향해 고각(高角)으로 발사하던 ICBM을 이제 정남쪽인 태평양으로 쏘겠다며 위협을 더 노골화했다. 일본에는 친절히 통보하고, 한국을 패싱한 술수도 부렸다.

선박의 안전 운항과 국민 안전 보호 조치 이상으로 절실한 게 외교적 총력전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과 비호가 예상되는 만큼 국제적 연대가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다른 국가들과 손잡고 압박 전선을 강하게 구축해야 발사 시 북에 상응한 책임을 묻고, 응징이 가능해진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구촌이 쪼개져 있는 상황에서 북의 도발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참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구체화해 동맹과의 유대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여야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 좌우가 따로 없어야 하는데 시각차가 현격하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 질 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며 "왜 우리가 전쟁에 말려들어가야 하나"라고 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 수십만 발의 포탄 이송을 진행 중이라는 미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언급하면서다. "그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순간 러시아가 우리를 보복하지 않겠나"라는 말도 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의 인식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쓴 바탕에는 6·25 참전 16개국의 도움이 있었다. 이들이 한국을 위해 희생한 것은 '신세 질 게 있는 나라'여서가 아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지구촌 정신이 공산화될 위기의 한국을 살리지 않았나. 이후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컸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 지위에 올라섰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니 미리 밥값을 치르는 것도 주고받기의 한 방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호전적인 북한으로서는 놓치기 싫은 기회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수렁에 빠져 있는 러시아가 세계의 이목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북 핵·미사일 도발을 청부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반도 긴장 지수가 갈수록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외교에서 균형보다 피아(彼我)가 중요하다는 명제는 역사가 증명한다. 한·미·일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키로 했으니 신(新)안보체제를 가동해 그 능력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다만, 북·일의 석연치 않은 접근은 경계해야 하겠다. 북의 일본에 대한 미사일 발사 통보는 물밑 접촉 가능성의 결과임을 배제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7일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 추진 구상을 밝히자 북은 외무부 부상 명의의 담화로 화답했다. 북 입장에서는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고, 일본으로서는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오월동주(吳越同舟) 카드로 여겨진다. 이래저래 윤석열 대통령의 어깨가 더없이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