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긴축에도…한국 가계 빚 여전히 GDP 대비 '세계 1위'

입력 2023-05-29 14:56:27 수정 2023-05-29 21:56:30

국제금융협회 1분기 34개국 통계…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아
기업부채 증가속도 4위…5월 기업대출도 5.6조원↑, 올해 최대폭

시중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인상된 18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관련 현수막에 걸려 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월보다 0.03%포인트(p) 높은 3.56%로 집계돼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67%에서 3.71%로 0.04%p 올랐다. 이날 공개된 코픽스는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반영된다. 연합뉴스
시중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인상된 18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관련 현수막에 걸려 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월보다 0.03%포인트(p) 높은 3.56%로 집계돼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67%에서 3.71%로 0.04%p 올랐다. 이날 공개된 코픽스는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반영된다. 연합뉴스

2년 가까이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가계 부채는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홍콩(95.1%)과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돌았다. 다만 1년 전인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가계 부채 비율은 105.5%에서 102.2%로 3.3%포인트(p) 낮아졌다.

하락 폭은 폴란드(5.8%p·31.0→25.2%)가 가장 컸다. 이어서 말레이시아(5.5%p·71.6→66.1%)와 싱가포르(4.6%p·52.8→48.2%), 태국(4.3%p·90.0→85.7%), 영국(3.7%p·85.3→81.6%) 등의 순을 보였다. 한국은 영국에 이어 여섯번째로 컸다.

2021년 8월부터 통화 긴축이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등 자산 투자 과열과 코로나 시국의 경영난·생활고가 겹쳐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팽창한 가계 신용(빚)을 약 2년 만에 정상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긴축 기조에도 국내 기업 부채는 오히려 더 불었다. GDP 대비 한국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분기 현재 118.4%로 홍콩(269.0%), 중국(163.7%), 싱가포르(126.0%)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3.1%p(115.3→118.4%) 올랐다.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커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10개국에 불과했다.

더욱이 한국 기업 부채 비율 상승 폭(3.1%p)은 베트남(8.5%p·103.4→111.9%), 중국(7.8%p·155.9→163.7%), 칠레(5.6%p·96.7→102.3%)에 이어 34개국 가운데 4위였다. 그만큼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다.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4.1%)은 22위, 1년간 정부 부채 비율 등락 폭(-3.2%p·47.3→44.1%)은 18위로 모두 중위권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1%)이었고, 부채 증가 속도는 싱가포르(17.4%p·147.7→165.1%)가 가장 앞섰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0%에서 3.50%로 3%p 올리며 긴축을 주도했다. 올 들어 2, 4, 5월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절대로 다시 못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하며 경계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