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멈췄다니까요"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현장은 여전히 '우왕좌왕’

입력 2023-05-25 10:29:02 수정 2023-05-25 22:00:33

단속 1시간 동안 11명 적발…"왜 나만 잡냐" 볼멘소리도
우회전 전용신호등 설치 11곳뿐…경찰 "계도와 단속 병행해 나갈 것"

25일 대구 동구의 한 횡단보도, 우회전 신호등에 적색신호가 들어와 있지만 차량들이 이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5일 대구 동구의 한 횡단보도, 우회전 신호등에 적색신호가 들어와 있지만 차량들이 이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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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 북구 복현초등학교네거리에서 진행한 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 현장. 김주원 기자
24일 대구 북구 복현초등학교네거리에서 진행한 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 현장. 김주원 기자

"분명히 멈췄다니까요."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 대구 북구 복현초등학교네거리. 경찰이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에 나선 지 3분 만에 트럭 한 대가 규정을 위반해 적발됐다. 전방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보행자가 없어도 정지선 앞에서 멈췄다가 우회전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단속 경찰이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하자 운전자 A씨는 "우회전하기 전에 분명 멈췄다"며 "앞에 차도 어긴 것 같은데 왜 잡지 않냐"고 불평을 쏟아냈다.

지난 1월 도입된 '우회전 일시정지' 계도기간이 지난 21일 종료되면서 경찰이 단속에 나섰지만, 몸에 밴 운전 습관 탓에 현장의 혼란은 여전했다. 특히, 전방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정지선에서 멈췄다 우회전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에서 바뀐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운전자 11명이 적발됐다. 단속에 적발된 한 운전자는 "일시정지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뉴스에서 보긴 했지만, 얼마나 멈췄다 가야 하는지 애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도 "바뀐 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습관 때문에 잠깐 잊었던 것 같다"며 "차라리 신호등이 설치돼 있으면 이렇게 위반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강화된 올해 2~4월 보행자 대상 우회전 사고(잠정치)는 모두 245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50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새로운 규정이 아직 정착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회전 전용신호등도 부족하다. 25일 기준 대구시 전역에서 우회전 전용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남구 성당네거리와 달서구 수목원삼거리, 서대구IC 동편 등 11곳뿐이다. 경찰은 4개월에 걸친 계도와 홍보에도 '우회전 일시정지'가 아직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지 못했다고 보고 앞으로도 단속과 계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가 있으면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간 뒤에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신호위반에 해당해 승용차 기준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 또는 과태료 7만원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