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초대석] 돈에 중독된 한국정치, 부끄러움도 없다

입력 2023-05-22 14:18:00 수정 2023-05-22 15:26:29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정치에 돈의 광풍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기가 특히 심각하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휩싸여 있다. 송영길 전 대표 역시 당대표 선거에서 돈 봉투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코인 의혹은 태풍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전모의 극히 일부만 밝혀졌지만, 그는 보통 투자자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를 코인판 상위 0.01% 전주(錢主), 진정한 타짜로 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히 그의 의심 거래에 주목했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으로서의 도덕성을 거의 잃었다. 하지만 돈 문제에는 진보, 보수가 없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기업에서 받은 뇌물 2천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2년 10월까지 환수 금액은 58%, 1천279억 원에 그쳤다. 최근 그의 손자는 전 대통령의 저택에 대형 비밀 금고가 있다고 폭로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금권정치(Plutocracy)를 해결하지 못했다. 노태우 대통령도 약 4천500억 원을 받았지만, 추징금 2천628억 원을 완납했다. 그는 또한 1992년 14대 대선 때 김영삼 후보에게 총 3천억 원을 지원했다(노태우 회고록). 놀라운 것은, 김대중 후보 역시 이때 노 대통령에게 20억 원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1995년 당시 민자당 부대변인 이연석은 "5·18 광주 학살 주역이라고 했던 노 씨로부터 돈을 받은 건,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일본 헌병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신간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에는 21세기 대한민국 정계의 어두운 돈 이야기가 숱하게 등장한다. 2002년 16대 대선 때, 한나라당은 대기업에 거액을 요구했다.(삼성 300억 원, LG 200억 원, SK 100억 원, 현대차 100억 원) LG는 2002년 11월 22일, 150억 원을 종이 박스 1개에 2억4천만 원씩, 박스 63개에 나누어 2.5톤 탑차에 싣고, 이동렬 재무부장이 직접 차를 몰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주차장에 가서, 오후 8시 40분쯤 이회창 후보 법률특보 서정우 변호사를 만나 자동차 키를 주었다. 누아르(noir) 영화에 나옴 직한 장면이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은 그때 얻은 것이다.

깨끗한 정치를 부르짖은 노무현 대통령도 결코 검은돈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2006년 노 대통령 회갑 선물로 2억 원 상당의 남녀 시계 1세트, 2008년 노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의 사업 자금으로 500만 달러, 미국 주택 구입 자금 140만 달러를 줬다. 2009년 4월, 수사가 시작되자, 노 대통령은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박 회장에 따르면, 2007년 봄 청와대 관저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왼손을 치켜들고 "박 회장, 지난번 보낸 시계가 번쩍번쩍 좋은 시계입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식사 도중 권양숙 여사가 미국 유학 중인 아들의 집 걱정을 하자 "10억이면 되겠습니까?"라고 지원을 약속했다. 박 회장은 그것이 청와대 관저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노 대통령 또한 대화를 들으면서, 겸연쩍게 웃으며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2007년 6월, 노 대통령은 직접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택 자금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 나중에 40만 달러가 더해졌다. 하지만 검찰에서, 노 대통령은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완강히 거부했다.

이런 혐의들에 대해, 〈한겨레〉는 아무 대가 없이 주고받기에는 큰돈이라며, 노 대통령의 개입을 의심했다. 〈경향신문〉 이대근 에디터는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집권한 그는 민주화운동의 인적·정신적 자산을 다 소진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가 부산지검에 출석하기 하루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지금 '사람 사는 세상'의 신화가 되었다.

한국 정치는 돈에 깊이 중독되었다. 국회의원은 물론 지자체 의원의 공천도 예외가 아니다. 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정근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핸드폰 녹음 파일에서 쏟아져 나온 꾼들의 대화를 들어보라. "돈이 최고 쉬운 건데 뭐." 이제 부끄러움도 없다. 뇌물죄로 구속된 한명숙 전 총리는 구치소 앞에서 순결을 뜻하는 백합꽃을 손에 쥐었다. 지지자들은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불렀다. "눈 밝은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만이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