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물망초 대통령

입력 2023-05-21 18:29:54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나를 잊지 말아요. 나 떠난 지금도. 나를 잊지 말아요. 다시 돌아올 거야'라는 대중가요 가사는 야생화 '물망초'(勿忘草)의 애절한 꽃말과 일치한다.

"(퇴임 후에는)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공언과 달리 일상을 SNS로 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심경도 물망초와 다를 바 없다. 그는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을 옹호하는 '추천 도서'를 소개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추천한 책이 '짱개주의의 탄생'이다. 중국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논조의 이 책은 곳곳에서 사실 왜곡과 억지 논리로 중국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충격적이다. 청와대에서 기르던 풍산개를 데려가 기르다가 느닷없이 국가기록물이라며 반환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견을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보낸 풍산개를 버린, '개 버린'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이 폭주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 문 전 대통령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문재인 달력' 제작 크라우드 펀딩 모금이 시작됐고 목표액의 7천800%가 넘는 1억5천700여만 원을 모았다는 사실이다. 판매 수익금으로 '유기견을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대신 풍산개를 반환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 행보는 '동네책방' 프로젝트. 4월 말 개업한 '평산책방'은 일주일 만에 5천500여 권의 책을 팔아 적잖은 수입을 올렸다. 이어진 프로젝트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선을 보인 후 개봉된 이 영화는 15억여 원의 후원금을 모았으나 흥행 실적은 좋지 않은 모양이다. 21일 예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이 영화의 예매 순위는 CGV 17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11위였고 누적 관객은 10만여 명에 그쳤다. 제작사 측이 1만여 장에 이르는 무료 및 할인 쿠폰을 뿌리는 등 이벤트에 나서고 있으나 적극 지지층의 호응도 저조하다.

영화 속에서 그는 "현실 정치 영역에서 잊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끊임없이 저를 현실 정치로 소환하고 있다"라고 강변했다.

책방을 여는 등의 행보는 나를 잊지 말아 달라며 '물망초'가 되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