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 효령면 일대서 6·25 전사자 부분유해 5구·완전유해 1구 등 발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과정…장병 80명이서 하루에 5m씩 전진

"6·25 전사자께 대하여 경례."
19일 오전 10시 30분, 경북 군위군 효령면 장기리 365고지. 전날 비바람이 몰아쳐 축축한 땅 위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육군 50사단 군위·의성대대 장병 80여 명이 도열했다. 젊은 군인들이 태극기로 감싼 작은 관 앞에서 거수경례를 취했다. 6·25 전쟁 전사자 유해가 발굴된 지점에 걸린 현수막엔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라는 문구가 적혔다.
국유단과 육군 50사단 군위·의성대대는 지난달 24일부터 군위군 효령면 일대에서 유해 발굴 작전에 나섰다. 효령면 일대 약 2만㎡(약 6천평)를 수색한 이번 작전에서 머리뼈와 갈비뼈 등이 모두 있는 완전유해 1구와 부분유해 5구, 유품 133종이 발굴됐다. 부분유해는 모두 아군으로, 완전유해는 북한군으로 추정된다.
국유단은 매년 작전 관할 지역 부대와 협력해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발굴 장소는 전쟁을 겪었던 지역 주민들의 제보와 6·25 전쟁사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효령면은 6·25전쟁 당시 국군 6사단 7연대가 대구를 점령하기 위해 남하하던 북한군 1사단을 격퇴한 곳이다. 특히 365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공방전이 매우 치열했던 만큼 수많은 아군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유해 발굴 과정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은 가로로 줄지어 늘어선 뒤 삽을 들고 땅을 파내며, 유해나 유품의 흔적을 찾았다. 장정 80여 명이 붙어도 하루에 5m씩 전진하는 게 고작이었다. 장병들은 작은 뼛조각 하나 놓칠세라 호미로 뭉친 흙더미를 으깨거나 체를 이용해 흙을 거르기도 한다. 탄피나 군화 밑창 등이 발견되면 인근에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지점을 100곳 이상 파도 유해 1구조차 찾기 어렵다.
그러나 작은 실마리도 허투루 볼 수 없다. 지난 17일 오후 3시쯤 땅속에서 꺼낸, 아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도 전투화 밑창 덕에 발견할 수 있었다. 군위·의성대대 장병들이 발굴 중 전투화를 발견했고, 30분가량 이어진 작업 끝에 정강이뼈 1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정밀 조사를 통해 발목뼈와 종아리뼈 등 모두 6점의 유해가 세상으로 나왔다.
당시 정강이뼈를 발견한 김경민 군위·의성대대 유해발굴팀장은 "처음에는 나뭇가지와 풀뿌리 등이 엉켜있어 제대로 식별을 못했지만 장갑을 끼고 만져보니 촉감 자체가 달랐다"며 "나라를 지켜주신 선배님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도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해 발굴은 고된 순간의 연속이지만, 장병들을 버티게 한 것은 나라를 지키다 스러진 선배 전우를 향한 사명감과 전우애였다. 50사단의 오혜성 상병은 "오르기도 버거운 이곳에 나라를 지키다 세상을 떠나신 선배님들이 계신다고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땅을 더 파 얼른 꺼내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군 생활에 대한 보람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습된 유해는 임시봉안소로 옮겨져 정확한 신원 확인 과정을 거친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국유단 중앙감식소에서 정밀감식이 이뤄질 예정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