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혜 수필가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저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제작자로 인권운동가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그녀는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점점 더 둔감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도덕적 위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예술이나 사진 등에서 노출되는 왜곡된 고통을 자주 접하다 보면 현실에서는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일 나열하기도 버거운 사건 사고가 뉴스를 장악한다. 대부분이 소수의 욕심에 무너지는 다수에 관한 내용이다. 아이러니 한 건 다수가 늘 약자라는 사실이다. 뭉친다고 힘이 생기지도 않는 것이 돈의, 권력의 속성인 걸까. 매일, 매 순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저들의 눈물과 호소와 절규가 저리도 처절하건만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참혹한 지경이다.
참을 수 없는 건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이다. 함께 울어 주어도 모자랄 판에 구정물을 끼얹어서야. 사회적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지금은 운 좋게 피했으나 다음은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해 볼 수는 없는 것인지.
어떤 뉴스가 처음 터졌을 땐 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아파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각종 루머가 더 진실인 것처럼 오도되기 일쑤다. 말은 사람을 구할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엄청난 무기가 아닌가. 그러니 당신의 잣대로 타인의 잘잘못을 함부로 떠들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 줌의 공감이 아쉬운 즈음이다. 짓밟아도 되는 삶은 없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과 이해가 우선 되면 안 되나. 입은 다물고 그저 가만가만 호흡을 맞추어 주며 숨을 고르고 마음 추스를 겨를이라도 만들어 준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곁에 머물며 당신과 함께한다는 믿음과 온기를 나누어줄 사람이 가장 필요할 시점일 것인데.
누구든 스스로 환부를 도려낼 수는 없는 일이다. 가능한 상처를 깨끗이 도려내고 새살이 돋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빠른 치료법일 것이다. 그리고 가만히 안아 주기. 포옹은 참 따뜻한 위로가 되곤 한다. 그의 고단을 가만히 토닥여 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될 터이다.
어떤 강사가 말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우울, 분노, 슬픔, 미움 같은 불청객은 잘 대접해서 보내야 한다고. 죽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으나 잠시라도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좋아하던 장소에 가보기. 공감한다. 그렇게 스스로 대접을 잘해야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다. 타인의 위로에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분노의 시간을 견디고 숨 고르기를 하며 마음을 추스르면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때로 안간힘으로 매달리던 것을 놓고 나면 다른 길이 보이기도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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