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뜨거워요, 살려주세요"···담요로 3층 높이 추락 시민 구해낸 이웃들과 경찰

입력 2023-05-16 11:50:37 수정 2023-05-16 13:31:04

대구 북부경찰서 복현지구대 도재현 경위, 이교희 순경
신고 3분 만에 현장 도착해 촌각 다투는 신고자 구출

지난 2일 대구 북부경찰서 복현지구대에서 도재현 경위(왼쪽)와 이교희 순경(오른쪽)이 화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2일 대구 북부경찰서 복현지구대에서 도재현 경위(왼쪽)와 이교희 순경(오른쪽)이 화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경찰과 이웃 주민들이 힘을 합쳐 불이 난 건물에 갇힌 20대 여성을 구해낸 사연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3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린 구조자를 담요로 받아냈다.

지난달 22일 오전 4시 8분쯤 대구 북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기가 나고 너무 뜨거워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경찰은 즉각 소방당국에 공동대응을 요청하고 지구대를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복현지구대 도재현 경위와 이교희 순경은 신고 3분 만에 불이 난 복현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도착했다. 이미 현장은 아비규환 상태였다. 건물 3층에 살고 있던 20대 여성 신고자는 창문 밖으로 한 발을 빼놓은 상태로 "여기 너무 뜨거워요. 차라리 뛰어내리고 싶어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도 경위는 침착하게 신고자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준비 없이 신고자가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더 심각한 외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도 경위가 주변을 살피는 사이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이 도 경위에게 커다란 담요를 건넸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합심해 낙하 위치에 담요를 펼쳤다.

완충 역할을 한 담요 덕에 신고자는 큰 부상 없이 무사히 화재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지 5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순경은 도 경위가 신고자의 탈출을 돕는 동안 순찰차의 사이렌 등을 이용해 다른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화재는 신고자의 방을 대부분 태우고 약 20분 만에 진압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불이 난 방 출입문 주위로 불길과 연기가 상당했다"라며 "밖으로 뛰어내리지 않았다면 신고자가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 경위와 이 순경은 신고자의 용기와 이웃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도 경위는 "마침 이웃주민들이 도와주셔서 신고자를 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