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태양광 프로젝트' 스마트 지붕 투자 난색, 왜?

입력 2023-05-23 14:52:54 수정 2023-05-23 21:22:22

산단 80% 태양광 패널로 뒤덮는 게 목표, 그러나…대상 기업들 “임대 기간 부담”
"25년 안에 불나면 우짭니꺼…" 지역 산업계 목소리 경청이 사업 성패 관건
손익분기점 5∼6년 이상 걸려…설치기간 만큼 공장도 올스톱, 염색산단은 선로 구축 걸림돌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 내 한 업체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 내 한 업체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시 소재 전체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이하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사업을 통해 대구가 탄소중립 선도 도시 명성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인 사업주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와 자부담에 따른 경제 비용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고, 이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5개월 만에 첫 준공 사례

이달 말 대구제3산업단지 입주기업 대아건재는 태양광 지붕 설치 공사를 마무리한다. 이곳은 지난 1월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 착공식을 진행한 기업이다. 대아건재는 한국전력 발전소 개통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면 태양광 발전시설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대구시와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5개월 만의 첫 준공 사례다.

대아건재가 태양광 시설을 완공하면 이곳은 태양광 271키로와트(㎾) 용량을 지붕 1천271㎡에 설치하게 된다. 이 기업은 25년 동안 연간 최대 1천200만원의 임대료 등 각종 혜택을 추가로 받는다.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3조3천억원을 투입해 산단 내 건축물 지붕의 80%인 1천471만9천㎡에 설비 용량 1.5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덮는 것이 목표다. 대구 지역 산업단지는 전체 면적의 15%에 달한다. 이 중 공장 등 건축 면적은 1천672만6천㎡로, 이들 건축물의 지붕 면적은 1천839만9천㎡로 추산한다. 통상 지붕 면적은 경사면을 고려해 건축 면적의 1.1배로 본다.

설비 용량 1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만들려면 9천917㎡(약 3천평)이 필요하다. 비용은 일반적으로 1㎿당 12~15억원가량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 사업은 노후 산단 내 건축물을 보강하고 석면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하는 등의 추가 비용이 필요해 비용이 20억2천만원가량 든다. 전체 산단 지붕 면적 대비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6%대인 116만㎡로 추산된다.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 특수목적법인 SRS㈜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산업단지를 돌며 사업설명회를 열고, 참여 의향서를 받고 있다. SRS는 현재 대구 12개 산업단지, 250개 기업로부터 49.773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지붕 설치사업 참여 의향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슬레이트 지붕 철거 및 구조 보강 지원 ▷노후 경유 차량 반납 시 전기차 구매 바우처 지급 ▷배터리 에너지 관리 시스템 ▷3㎾ 규모의 전기차 전용 태양광 패널 ▷전기차 충전 및 세차 설비 등의 지원과 함께 다른 태양광 사업보다 2배가량 높은 임대료를 약속했다.

덕분에 대구제3산업단지 104개 기업(8.819㎿), 대구염색산업단지 66개 기업(10.92㎿), 달성1차산업단지 24개 기업(9.804㎿) 등이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성서산업단지 17개 기업(4.958㎿)과 검단산업단지 13개 기업(2.987㎿), 국가산업단지 8개 기업(5.345㎿) 등에서도 신청이 이어졌다.

참여를 검토하는 기업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3산단 한 기업은 "유휴공간을 활용해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참여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각종 인센티브도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지역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관계자는 "태양광을 설치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만간 참여 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 추광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12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 추광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12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대구 스마트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5년 임대 기간, 직접 투자 등 큰 부담 대비 수익은 글쎄"

하지만 사업 대상 사업주들 사이에선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해 임대 기간과 투자 비용 등이 부담이란 여론도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참여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태양광을 올리면 환경은 개선되겠지만, 25년 임대 기간에 공장 증개축이나 매매,화재, 고장 수리 등에 대한 부담이 수익에 비해 크다는 것이 일부 사업주들의 입장이다. 또 기업이 직접 비용을 지불해 태양광 지붕을 설치할 경우, 손익분기점까지 5~6년 이상 소요되는 점도 참여를 꺼리는 사업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 A사는 사업 추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슬레이트 지붕만 철거하고 태양광 지붕 설치는 보류하기로 했다. 대아건재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내 중단한 A사는 최근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하고 지붕 패널을 설치했다. 그러나 A사 관계자는 "임대 기간이 장기간인데다 사업상 부담을 이유로 실제로 태양광 설치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태양광 설치 생각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구 한 금속가공 기업 관계자는 "태양광 설치 사업을 한다고 갔더니 25년 임대 계약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 '아차' 싶었다"며 "건물을 팔고 사업장을 옮기려 해도 구매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앞일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참여하는 건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3산단 내 한 용접 업체 관계자 또한 "태양광 설치로 기간 동안 공장 가동이 멈추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며 "외부에 설치한다고 해도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결국 수리한다고 공장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설치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전력망이 없는 염색산업단지 내에는 추가 선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126개 기업이 포진한 염색산업단지는 전체 공장 지붕 38만8천㎡ 중 31만㎡에 태양광 지붕 설치를 계획했다. 그러나 열병합발전소로 전력을 자가 생산하다보니 한전으로 통하는 전력망이 없어 사업 추진을 위해선 설비용량 31.30㎿ 규모 발전소를 위한 추가 선로를 구축해야 한다.

SRS 관계자는 "염색산업단지는 전력망이 없는 자가 발전 지역인 것으로 파악된 데다, 큰 사업 대상 지역이 아니다 보니 우선 사업 구역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 "지역 산업계 목소리 경청해야"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지역기업의 목소리를 듣는 대구시 차원의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단지 내 개별 공장은 사유 재산인 만큼 다양한 여론 수렴을 위해 투자를 유치한 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와 한화자산운용 등이 대구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지역기업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 등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애초 타지역에서도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을 검토했지만 재정 상황과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인식, 임대 기간 등 기업의 각기 다른 입장을 한데 모아 대규모 발전소를 구축하기는 힘들 것이란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태양광 마켓 인 사이드 조직위원장)는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태양광 설치 사업 추진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 든 시행착오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개별 사업장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이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점은 어떤 것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투자유치를 한 대구시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민간사업이지만 조기에 사업 방향성이 제대로 잡힐 수 있도록 대구시가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며 "지역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 등을 통한 개별 창구를 마련해야 태양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