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역사적일 수 있다. 지금 국군은 '전술핵 수준'인 9t 탄두를 탑재하는 현무-5 등의 탄도미사일, 현무-3 순항미사일 등을 구비한 전략사령부를 만들고자 한다. 국군 전략사는 미군 전략사에 비교된다. 미군에서는 공군(ICBM+핵폭탄)과 해군(SLBM)이 핵무기를 운용하는데, 핵무기 부대를 이끌고 핵전쟁에 대비하는 통합전투사령부가 미국 전략사이다.
러-우전쟁에 돈좌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비해 '전술핵을 사용할 공산'으로, 2011년 미국과 맺은 '뉴 START'를 최근 파기했다. 뉴 START는 두 나라의 핵무기(핵폭탄과 핵탄두)를 1천550개 이하로 감축하자는 것이었다. 2018년 러시아는 핵무기를 1천444기, 지난 2월 미국은 1천420기로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사시 미국이 핵공격으로 제거해야 할 러시아 표적은 540, 중국 표적은 140개로 본다. '원샷 원킬'이 좋지만 고장이 날 수 있으니, 한 표적엔 두 발을 우겨 넣는다. 중러와 동시 핵전쟁을 한다면 미 전략사는 순식간에 1천360발[2×(540+140)]을 쏴야 한다. 남는 것은 60발. 북한은 중러와 함께 대들 가능성이 높은데, 제거해야 할 북한 표적이 30개 이상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미국도 한국 전략사에 주목한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미사일 지침을 풀어줬다. 지난해 12월 30일 국방과학연구소가 ICBM급 발사체를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예고 없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으니 우리는 '미군이 빠진' 평시에 대응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워싱턴선언엔 '한국의 전략사와 한미연합사의 역량과 기획을 긴밀히 협력한다. 이러한 활동엔 미국 전략사와 새로 시작하는 도상훈련이 포함된다'란 문구가 들어갔다. 한·미정상회담 1주일 전 우리 잠수함사령관이 작전 중인 미국 전략원잠에 처음 승함했는데, 이는 양국 전략사 협력 의지로 읽힌다.
이제는 중국을 다르게 보아야 한다. 우리는 북핵은 물론 중핵(中核)도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중러가 같이 움직이는 유사시라면, 중국도 한국발 미사일을 맞거나 막을 각오를 해야 한다. 중국의 흥기는 미소 패권 경쟁 덕분이라는 걸 놓치지 말자. 중국은 1971년 키신저 안보보좌관의 비밀 방중과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문으로 서방과 조우했다.
그러자 2차 대전과 중일전쟁(1937년)을 치른 일본이 달려들어 그해(1972), 1979년에는 대만과 맺은 방위조약 기간이 끝나자 미국, 1992년엔 대한민국이 중국과 수교했다. 그리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 '세계의 공장'이 된 덕분에 중국은 G2로 성장했다. 미국은 중소(中蘇)를 이간하기 위해 중국에 접근했다고 보는데, 중국은 무슨 속셈으로 서방과 수교했을까.
전략가들은 1964년 처음 핵실험을 한 중국이 1970년 장정(長征) 발사체로 작은 인공위성 동방홍(東方紅)을 지구궤도에 올린 것에 주목한다. 이는 미국에 ICBM을 쏠 수 있다는 암시였기에 자신하고 적성국과 수교해 그들의 자금을 빨아들여 국가발전을 꾀했다고 보는 것이다. 등소평은 여유 있게 그때를 기다리라며 '도광양회'를 남겼지만 시진핑은 미국에 맞서는 대국'을 선포해버렸다.
중국은 양다리 외교를 하고 있다. NPT는 UN 안보리 5대 이사국만의 핵무장을 용인한다. 중국은 독점적인 이 지위 유지를 위해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해놓고, 북한 제재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을 무시하고 서해에서 남중국해까지의 중국 연해를 '내해(內海)화'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서해에서는 우리 해군과 해경 함정이 동경 124도 서쪽으로 오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 중국은 공해(公海)를 영해처럼 쓰려고한다.
북핵과 동경 124도 문제를 의식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대만해협 질서 변경에 반대한다'고 한 것은 옳은 주장이다. 이에 중국이 발끈하자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을 할 때 북핵에 반대한 중국은 뭐 했느냐"고 반격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의 신속한 답방을 받아들여 가치동맹을 확인한 것도 '중국의 건방'을 누르는 화룡점정이었다. 중국은 물품만 2류가 아니다. 우리의 살길을 찾으려면 중국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오랜만에 큰 외교를 본 것 같다. '아메리칸 파이'를 부를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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