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애플페이' 편애에 뿔난 삼성전자…'수수료 무료 계약' 연장 않기로

입력 2023-05-13 21:07:15 수정 2023-05-14 08:52:59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카드와 삼성전자 간 기류가 심상치 않다. 현대카드의 '노골적 애플 사랑'에 삼성 내부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현대카드는 최근 대대적인 '애플페이 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편의점과 백화점, 마트, 영화관 등 가맹점 대부분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할 경우 캐시백 제공과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달리 애플은 광고 및 마케팅 비용을 자신들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비용 투자 대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KT가 아이폰을 국내 도입할 당시에도 이벤트 효과는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애플에 끌려다니면서 많은 비용을 썼다"며 "결과적으로 비용 투자 대비 찻잔속 태풍에 그쳤다"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애플에 건당 0.15% 수수료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의 5배 수준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다.

시장조사기관 전망대로 애플페이가 간편결제시장의 15%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카드사는 하루에만 약 1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애플에 줘야 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웹 예능에 출연해 "애플페이를 쓰고 싶었는데 8년째 한국 시장에 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제는 올 때가 됐고 총대는 내가 메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은 최근 카드사에 건당 수수료 무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에 적잖은 수수료를 양보하면서 확산에 나선 현대카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현대카드에 대해서는 애플과 같은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과 동일한 수수료를 주지 않을 경우 현대카드와의 결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도 아닌 국내시장에서 같은 국내 기업이 애플에만 펑펑 퍼주니 화가 안나겠냐"고 말했다.

한편 애플페이는 지난 3월 2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국내 출시 후 한 달간 신규 발급카드는 약 35만5천장으로, 전년 동기(13만8천장) 대비 156% 늘었다. 신규 회원 중 애플 기기 이용자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