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74학번인데요."… 50년 거슬러 캠퍼스에 모인 계명대 74학번

입력 2023-05-25 11:11:02

계명대 74학번 졸업생 66명의 특별한 홈커밍데이
내년이 입학 50주년, 모교 창립 125주년 기념 준비도

계명대 74학번 동문들이 18일 성서캠퍼스에서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계명대 제공
계명대 74학번 동문들이 18일 성서캠퍼스에서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계명대 제공

50년 전 입학식에서 만났던 청춘들이 백발이 돼 캠퍼스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 나이 칠십. 1974년 3월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대학에 모였던 400여 명 전부는 아니었다.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이도 있었다. 50년 전을 추억하며 모인 건 66명이었다. 2024년이면 입학 50주년이 되고, 모교가 창립 125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해보자는 데 뜻을 합친 터였다. 소식을 들은 학교 측도 가만있지 않았다. 50년 만의 귀환을 '계명의 빛, 모교사랑' 행사로 명명했다.

18일 오전 10시 30분에 만나자 했지만 일찌감치 와 있던 이들도 적잖았다.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건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소풍날인 듯했다. 설렘에 잠을 설쳤는지 눈이 발간 이들도 더러 있었다. 목소리의 톤도 제법 높았다. 흥분성 호르몬이 저마다의 몸에서 마구 뿜어져 나온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에 보는 이들은 서로를 단박에 알아보지 못했다. 족보와 항렬 따지듯 서로 캐묻거나, 얼굴을 빤히 보다 3~4초 망설인 뒤 명찰을 보고서야 소리를 지르는 수순이었다. 스무살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20대의 잔상이 남아있는 이들은 양손을 붙잡혀 지난 세월을 꿰맞추는 공증인이 돼야 했다.

1974년 계명대 대명캠퍼스에서 열린 74학번들의 입학식 사진. 계명대 제공
1974년 계명대 대명캠퍼스에서 열린 74학번들의 입학식 사진. 계명대 제공

최광우(74학번 입학50주년 홈커밍데이 추진위원장) 울산대 명예교수는 "74학번이 400명 남짓인데 학과가 달라도 대명캠퍼스가 작으니 거의 안면이 있다. 그런데 50년 만에 보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한층 넓어진 캠퍼스는 물론 그동안 발전한 모교의 모습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중순 씨는 "반갑고, 기쁘고, 감격스러운 날이다. 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 놓고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것"이라며 "청년 시절에 만난 우리도 어느덧 백발의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모교는 그때보다 더 젊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이날 74학번 학생들을 환영하며 한달음에 나온 이들 중에는 신일희 현 계명대 총장이 있었다. 74학번들과 인연이 매우 깊다는 신 총장은 "1974년에 계명대 교수로 부임했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동기다"라고 농을 던졌다. 실제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국내로 들어와 연세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다 부친 신태식 학장의 부름에 소명을 받들 듯 계명대에 뿌리를 내린 터였다.

30대의 젊은 교수였던 신 총장이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개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1975년의 교양영어 리포트다. 교육학과 2학년 박승호 학생(현 계명문화대 총장)이 간직하던 다섯 페이지짜리 리포트다. 빨간펜으로 제자의 과제에 하나하나 바르게 잡아준 게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금은 누렇게 변색됐지만 스승의 진심을 알아챈 박승호 총장이 액자에 넣어 보물처럼 갖고 있다.

1975년 계명대 교육학과 2학년 박승호 학생(현 계명문화대 총장)의 교양영어 리포트. 당시 지도교수인 신일희 현 계명대 총장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일일이 교정해주는 피드백을 마다치 않았다. 맨 앞 표지에 A-(마이너)라는 성적 표시도 선명하다. 박승호 계명문화대 총장 제공
1975년 계명대 교육학과 2학년 박승호 학생(현 계명문화대 총장)의 교양영어 리포트. 당시 지도교수인 신일희 현 계명대 총장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일일이 교정해주는 피드백을 마다치 않았다. 맨 앞 표지에 A-(마이너)라는 성적 표시도 선명하다. 박승호 계명문화대 총장 제공

이런 진심은 74학번 모두에게 통했다. 신 총장 역시 "74학번은 전국 최초의 실험대학으로 1978년 단과대학에서 종합대학으로 변모하는 초석이 됐다"고 강조했다. 74학번 동문들도 "우리가 꿈을 키우고 보듬어 세상에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모교가 우리에게 베푼 은혜와 같은 선물 때문"이라며 "입학 50주년이 되는 2024년에는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기회로 삼자"며 화답했다.

계명대는 2024년 창립 125주년을 앞두고 '계명의 빛, 모교사랑'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명대 관계자는 "세상을 밝히는 계명의 빛(동문)들이 모여 더욱 빛나는 희망의 빛(모교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밝힌다는 의미로 총동창회를 비롯해 학과별 단위 동문회 등으로 소통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