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첫 RSS 회의…20개국 '로봇박사' 500명 대구로

입력 2023-05-11 15:43:11 수정 2023-05-11 20:13:49

7월 10∼14일 엑스코서 열려 '순항하는 대구시 로봇사업'
달성군 '국가로봇테스트필드' 2029년 3천억원 투입 완공 목표
대구 로봇기업 수 3년 만에 23.9%, 매출액 30.9% 성장 달성
올해 '네거티브' 방식 최초 적용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 도전

대구 달성군 현풍면·유가읍 테크노폴리스에 조성할
대구 달성군 현풍면·유가읍 테크노폴리스에 조성할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가 로봇산업 거점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는 아시아 국가 처음으로 기계로봇 소프트웨어 분야 국제회의 'RSS 2023'(로봇공학, 과학 및 시스템 콘퍼런스)이 대구에서 열린다. 오는 7월 10~14일 20개국의 로봇 분야 전문가와 기업인 300여명을 포함해 모두 500여명이 로봇공학 연구 성과 등을 공유하기 위해 대구 엑스코(EXCO)에 모여들 전망이다.

유치 배경에는 대구시가 공들여 마련해 온 로봇 연구·개발 인프라가 있다. 대구시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로봇산업 선도도시'라는 비전을 세우고 지역 뿌리산업인 기계, 금속 분야를 동력으로 삼아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달성군, 로봇산업 거점으로 거듭

중점 사업은 실제 환경 기반의 서비스로봇 테스트 인프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이다. 대구시는 달성군 현풍면·유가읍 테크노폴리스에 16만7천㎡ 규모로 로봇테스트필드를 조성하고 로봇 제품·서비스 개발부터 실증, 인증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공공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3천억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21년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 예비타당성 조사 재심을 신청한 상태로, 오는 8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로봇 융복합단지'도 구상하고 있다. 사업비 3천500억원으로 테크노폴리스 안에 로봇 성장 기업지원센터, AI(인공지능)·빅데이터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AI, 5G 기반 소프트웨어와 소재 부품 개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물류 서비스 분야 등에 활용할 자율 주행 로봇(AMR) 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로봇산업 클러스터'는 2017년 대구 북구에 구축됐다. 대구시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총 1천416억원을 들여 노원동 제3산업단지 내 1만2천91㎡ 부지에 로봇혁신센터, 로봇협동화팩토리, 표준시험인증센터 등 로봇기술 사업화·상용화 지원 시설을 만들고 관련 기업을 유치했다.

로봇산업이 세계적으로 해마다 9% 성장 중인 만큼 지역의 전통산업인 메커트로닉스(기계·전자)를 로봇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대구시는 판단했다. 2030년까지 지역 로봇기업 수를 662곳으로 늘려 매출액을 4조1천억원 규모로 키우고, 일자리도 1만1천799개 창출하는 게 목표다.

◆ 로봇산업 육성 기반 조성 '착착'

산업 성장 기반인 육성·지원 인프라도 견고해지고 있다. 주요 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들어선 건 2014년 11월. 2010년 대구 유치가 결정된 이후 설립 절차를 거쳐 북구 노원동에 청사가 지어졌고 이듬해인 2015년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로봇산업진흥원은 '로봇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정책 수립·개발 ▷로봇제조 지원 ▷로봇 KS(국가표준) 인증 ▷창업·성장 지원 ▷산업기술개발 ▷로봇 전문인력 양성 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1위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현대로보틱스도 2017년 대구에 둥지를 틀었다. 현대중공업이 로봇사업부 분사를 결정하면서 본사를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짓겠다고 발표한 것. 현대로보틱스 협력업체 5곳도 대구로 동반 이전했다. 이는 테크노폴리스에 로봇집적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 바탕이 됐고 로봇테스트필드를 지역에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역에 로봇 전문 기관과 기업을 두게 된 대구시는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부터 추진 중인 '로봇산업 가치사슬 확장 및 상생시스템 구축사업'은 로봇기업 육성을 위한 대표 사업이다.

그동안 로봇 보급과 확산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서비스로봇 완제품 제작·실증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 전환해 시행하기로 했다. ▷서비스로봇 완제품 개발·제작 ▷로봇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 사업으로 서비스로봇 전 주기를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자율주행 기술이나 사물인터넷(IoT), AI 등 차세대 기술과 융합해 인간과 협동 작업이 가능한 '첨단제조로봇'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첨단제조로봇 실증지원센터'는 내년 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로봇산업진흥원이 있는 북구 노원동에 총면적 4천950㎡,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문을 연다. 이 센터는 첨단제조로봇 관련 성능·신뢰성 평가 장비와 5G 기반 첨단 제조환경 실증테스트베드 등 장비 13종을 갖춘다. 첨단제조로봇 제품개발, 실증, 사업화를 모두 지원하는 국내 로봇산업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대구 북구 노원동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대구 북구 노원동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첨단제조로봇 실증지원센터' 조감도. 대구시 제공

◆ 로봇으로 '글로벌 혁신특구' 도전

이 같은 노력에 대구 로봇기업 수는 2018년 188곳에서 3년 만인 2021년 233곳으로 23.9%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천21억원에서 30.9% 증가해 9천194억원을 달성했다. 로봇기업 수의 경우 비수도권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산업계는 도약하는 첨단산업에 날개를 달기 위해 까다로운 규제, 승인 절차를 적절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달서구 성서산단과 북구 3산단 등 14개 구역(8.3k㎡)은 지난 2020년 이동식 협동로봇 이동 중 작동을 허용하는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유효 기간은 내년 7월까지다.

현재 에스엘 전자공장, 평화정공 등 18개 사업자가 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협력사업자 로봇을 활용해 제조·생산, 비대면 서비스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도 이동식 협동 로봇에 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기술 사업화를 지원한다. 대구의료원, 대구미술관, 동대구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안내, 방역, 청소 등 기능이 있는 서비스로봇을 활용하는 실증·보급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에도 도전할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글로벌 혁신특구 2~3곳을 시범 조성한 후 2027년까지 권역별로 특구 10곳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규제자유특구와 같은 기존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일일이 특례를 신청하는 '포지티브' 방식이었다면 글로벌 혁신특구는 미리 명시한 규제를 제외하면 모든 사업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네거티브 방식 규제특례제도를 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거티브 규제특례를 적용하면 현재 규제자유특구에서 기업이 신청한 150개 실증 중 130개가 신청 절차 없이 허용될 거라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전국 32개 규제자유특구 중 우수한 실적과 과감한 도전을 하는 곳을 글로벌 혁신특구로 우선 조성해 지역에서도 첨단기술을 가진 유니콘 기업이 육성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