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 막자'…정치권, 양봉산업육성법 개정안 발의 잇따라

입력 2023-05-09 16:08:56 수정 2023-05-09 21:23:18

기후변화 등에 따른 양봉농가 피해 지원 근거 담겨
양봉의 공익적 가치에 주목, 공익직불제 도입 목소리도

지난해 꿀벌들이 월동에 들어가기 전 9월부터 11월까지 약 50만개의 벌통이 응애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개 벌통에 꿀벌이 평균 2만 마리가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100억 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2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벌꿀 전문 판매점 외벽에 내걸린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해 꿀벌들이 월동에 들어가기 전 9월부터 11월까지 약 50만개의 벌통이 응애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개 벌통에 꿀벌이 평균 2만 마리가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100억 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2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벌꿀 전문 판매점 외벽에 내걸린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생태계 생물 다양성 유지·보전에 중요 역할을 맡는 꿀벌의 실종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힘을 보태고 있다. 꿀벌 집단폐사 지원 등이 담긴 양봉산업법 개정안과 함께 양봉업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 도입도 거론된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제정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은 지난해 5월 발의된 이개호(더불어민주당)안, 같은해 9월 발의된 윤준병(민주당)안, 올해 4월 발의된 임호선(민주당)안, 이달 3일 발의된 김태호(국민의힘)안 등 4건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들은 양봉산업을 산림 등에 자생하는 초목 생식에 영향을 주고, 과수농업 등 작물의 수분(受粉)에도 파장을 미치는 중요 분야로 본다.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로 꿀벌 집단 폐사가 이어져 개체수 감소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양봉 규모가 가장 큰 경북의 경우 지난 동절기를 거치며 봉군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법은 벌꿀의 원활한 생산을 위한 밀원실물(꿀벌 먹이가 되는 식물) 지원 조항은 두고 있지만, 개체수 확보 등 꿀벌 보전을 위한 직접 지원 항목은 두지 않고 있다.

개정안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로 양봉산업에 피해가 났을 때 조사·연구 및 지원 계획을 마련토록 했다. 양봉농가 직접 지원의 근거를 담은 것이다.

꿀벌보전시설의 설치·운영을 통해 꿀벌 개체수 확보와 집단폐사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양봉산업육성법 개정안을 4건이나 발의한 만큼 1년가량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정부 측이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농가의 경우 '농어업재해대책법' 및 농업재해보험 등을 통해 지원 중이어서 양봉업 지원 근거를 개별법에 규정하면 타 농업 분야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이외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양봉업을 공익직불제 지급 대상이 되도록 하는 제정법까지 지난달 말 발의했다. 어 의원에 따르면 자연환경 보전 등에 따른 양봉의 공익적 가치는 12조원에 달한다.

어 의원 법률안은 '양봉업·꿀벌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안'으로 양봉농가 소득안정을 위한 공익직불제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이 담겼다.

어 의원은 "작물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양봉업을 살리고,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양봉직불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앞으로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양봉인이 걱정 없이 양봉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