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북안전체험관 후보 추천기준 '1위→2곳 무순위' 변경 논란…유치희망 시군 "내정지 있나"

입력 2023-05-09 10:30:24 수정 2023-05-09 16:08:12

경북소방, 8일 부지공모 신청 8개 시군 간담회서 발표…시군 "낙점 후보지 탈락할까봐?" 의심
"무순위=무작위라면 1위하려던 노력 허사, 정부에 후보지 선정 책임 넘기면 '지방시대 역행'" 주장도
경북소방 "행안부서 '복수추천' 가능성 내비쳐 대응하는 것, '단수추천' 확정할 시 1위만 올릴 것"

강영석 상주시장과 안경숙 상주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지역 각계각층 시민들이 경북 안전체험관 유치를 소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고도현 기자
강영석 상주시장과 안경숙 상주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지역 각계각층 시민들이 경북 안전체험관 유치를 소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고도현 기자

경북안전체험관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후보지를 선정하는 경북소방본부가 최적합 1곳에서 '2곳 무순위 추천'으로 후보지 추천 기준을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갑작스럽게 기준이 바뀌자 '사전 낙점설'까지 나오는 등 유치에 나선 지자체마다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는 12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9일 경북 시군들에 따르면 전날 경북소방본부는 경북안전체험관 공모에 지원한 8개 시군 담당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연말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후보지를 추천할 때 최종 2곳을 무순위로 추천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경북소방본부는 앞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1개월 간 종합 재난대응 교육장 역할을 할 경북안전체험관 부지를 공모한 바 있다. 공모에는 구미, 영주, 상주, 경산, 영천, 청송, 포항, 안동 등 8개 시군이 신청했다.

당초 이달 12일 시군 간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 곳을 선정, 연말 행안부 공모에 신청하기로 했다.

경북 안전체험관 구미 유치를 위해 시민추진단은 5만명이 넘는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많은 아이들도 유치 응원에 참여했다. 구미시 제공
경북 안전체험관 구미 유치를 위해 시민추진단은 5만명이 넘는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많은 아이들도 유치 응원에 참여했다. 구미시 제공

하지만 당초 기준은 이날 급변했고, 시군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각 시군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선정 기준 변경을 두고 '낙점 후보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다. 소방본부가 특정 후보지를 내정해 뒀으나 유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정부 결정'이란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이다.

'무순위 추천'에 대한 반발도 불거지고 있다. 이것이 '무작위 추천'을 뜻한다면 그간 좋은 성적을 얻고자 벌인 릴레이 홍보 캠페인, 조성계획 연구용역 사업 등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군 경쟁이 8대1로 너무 치열해 탈락 지역 반발을 감당하기 힘드니 공을 정부에 넘기려는 의도"라고 의심했다.

영주시가 안전체험관 공모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영주시청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다. 영주시 제공
영주시가 안전체험관 공모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영주시청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다. 영주시 제공

광역단체가 힘 실어야 할 후보지 선정 역할을 정부 책임으로 넘기는 건 '지방시대 역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소방본부 측은 "'무순위 추천'이란 경북소방본부 심사에서 1, 2위 등 순위를 정하되, 행안부에는 상위 2개 지역 순위를 알리지 않고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시군에 모두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또한 최근 행안부로부터 '복수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대응하고자 시군에 새 방침을 알린 것으로, 행안부가 연말 공모 때 '단수 추천을 받겠다'고 최종 확정한다면 우리도 원래 방침대로 지역 내 1순위를 추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