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대 오른 국민의힘 새 원내지도부의 ‘간호법 재협상’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절충안 마련을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새로 구성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보건의료 단체의 이해관계 조율을 거쳐 여·야 재협상 중재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언했다. 간호사협회와 한의사협회를 제외한 의사협회 등 다른 보건의료 단체들은 간호법 통과에 반발해 오는 17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크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달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방송법 개정안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관련 법안들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가 거론되고 있다. 또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제시했던 공약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사들의 반발 등 역풍이 예상된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보건의료 단체의 대규모 파업에 따른 의료 현장의 대혼란과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공포 혹은 재의 요구 시한은 19일이다.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대한 여론 수렴, 보건의료 직역 간 중재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주당도 보건의료계의 갈등을 방관하지 말고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가 간호법 절충안에 합의한다면, 정부에 이송된 법안을 중지시키고 새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의 첫 협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재옥·민주당 박광온 양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을 위한 정치의 물꼬를 터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