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거센 반발, 각종 시행착오…시험대에 선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노동개혁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과 각종 시행착오가 겹쳐 표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개혁은 연금, 교육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 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다. 그러나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다. 건설현장 비리척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가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도 정부의 강경 기조에 맞춰 고용 세습 근절, 근로시간 제도·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감시 사각지대에 놓였던 노조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불법적인 관행들이 개선되고 있다. 대구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경찰청이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회계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42개 노동조합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그 소속 조직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건폭'이라고 비판하는 등 처벌이나 단속만을 앞세운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주 52시간제 개편안도 강경 기조를 보이다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지난 3월 정부가 마련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주 69시간제 논란'을 일으키며 대통령의 지시로 중단됐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개편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해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 사이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일 노동절 집회에선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가 분신을 시도하다 다음 날 병원에서 숨졌다. 해당 간부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반노동 노조탄압이 죽음을 불러일으켰다"며 8일 오후 2시 2·28기념중앙공원 앞에서 추모분향소를 설치했다. 김무강 민주노총 대구지부 정책기획국장은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듯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으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퇴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지만 노조탄압으로 비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노동개혁을 완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병기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독일만 보더라도 노사 자율교섭을 존중하고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해결한다"며 "지금도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휴가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노동 정책에 대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개혁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합의되기 어렵다. 하지만 그걸 조정해 가는 게 정치력"이라며 "밀어붙여서 될 수 없다. 사회적 합의가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