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원금·이자 상환 유예 대출 37조원… 올 9월 지원 사실상 종료

입력 2023-05-07 16:10:50 수정 2023-05-07 17:54:32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
이달 4일까지 원금·이자 납기 연장된 대출의 잔액은 36조6천206억원
오는 9월 금융지원 사실상 종료…KB국민·하나은행 등 비상 대응 가동

시중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인상된 18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관련 현수막에 걸려 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월보다 0.03%포인트(p) 높은 3.56%로 집계돼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67%에서 3.71%로 0.04%p 올랐다. 이날 공개된 코픽스는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반영된다. 연합뉴스
시중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인상된 18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관련 현수막에 걸려 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월보다 0.03%포인트(p) 높은 3.56%로 집계돼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67%에서 3.71%로 0.04%p 올랐다. 이날 공개된 코픽스는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반영된다. 연합뉴스

3년 동안 코로나19 금융지원 차원에서 원금, 이자 상환을 미뤄 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5대 금융권 대출이 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자 정부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애초 시한은 2020년 9월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지원 종료 시점을 5차례 연장했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지난 4일까지 여러 형태로 원금, 이자 납기를 연장한 대출 잔액은 36조6천206억원, 건수로는 25만9천594건(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유예 중복)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34조8천13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1조5천309억원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이자 2천762억원도 유예됐다.

5대 은행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약 37조원의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게 된 셈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금융권과의 자율 협약에 따라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환 유예의 경우 최장 1년간 다시 미뤄줬다.

재연장 결정이 없다면 오는 9월부터 상환 유예 대상 대출자부터 금융지원이 사실상 종료되는 만큼 은행권은 하반기 대규모 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내부적으로 '금융시장·실물경제 복합위기 비상 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위험 유형별 사전 점검을 통해 취약 부문과 취약 예상 부문을 선정해 맞춤형 입구·사후 관리 제도를 마련한다.

최근 부실 가능 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채무상환 능력을 키우는 'KB 기업향상 프로그램'의 대상도 확대했다. 3년 연속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기업도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2월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리스크 관리 태스크 포스(TF)' 조직을 신설, 선제적 위험 관리와 취약 차주 연착륙 프로그램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연체율이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데다 9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까지 앞두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래 부실 가능성이 큰 대출자를 미리 찾아낸 뒤 지원해 부실 전염과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