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구 시내의 대명사, 동성로

입력 2023-05-02 14:09:00 수정 2023-05-02 18:04:39

정은빈 경제부 기자
정은빈 경제부 기자

사전적으로 시내는 '도시 안'을 뜻한다. 사전에는 없지만 실제로는 '도시 중심'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어느 순간부터 대구 시내는 동성로로 통했다. 적어도 1990년대 이전에 태어난 시민은 대구 시내라 하면 자연히 동성로를 떠올릴 거다. 시내라는 단어로 한군데 장소를 대변할 수 없는 서울이나 부산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런 동성로에서 상가 건물 7곳의 1층 매장이 연속으로 빈 모습은 대구 토박이에게도 낯설었다. 지난달 9일 취재를 위해 동성로 거리를 찾았을 때 이야기다. 심지어 이들 상가는 지금은 문 닫은 대구백화점 본점 코앞에 있다. 대구 중심 상권 가운데서도 중심이라는 뜻이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점마저 공실이 속출했다는 건데, 상권이 얼마나 위축된 건지 100마디 말보다 잘 알려준다.

이런 상황에 대구시 행보는 더없이 반갑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4일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경제국장과 동성로에 시찰을 나갔다. 동성로 상권이 위태롭다는 기사를 낸 지 사흘 만이다.

홍 시장은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을 만나 상권 분위기를 전해 듣고 중심 거리를 걸으며 공실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동성로 활성화 대책을 세워 서울 홍대거리와 같은 '젊음의 거리'로 만들겠다"며 "동성로를 리모델링해 '젊음'이라는 동성로 상징성을 부활시키겠다. 젊은이들이 문화 공연을 즐기고, 먹거리도 풍부한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동성로를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거리'로 만들 아이디어를 모아 보기로 했다. 오는 7월 동성로 공간과 건축물, 시설물, 시각이미지 등 도시디자인을 주제로 공모전을 열기로 한 것. 독창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작품을 선정한 뒤 사업에 반영해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만든다는 포부다.

거리 미관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편리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상인들은 주차 공간 부족을 동성로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로 "동성로는 차 밀리고 주차도 불편하다. 동네 상권이 훨씬 이용하기 편하고 좋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주차장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등의 견해를 냈다.

상권을 생각한다면 차량으로 접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게 공통 의견이다. 한 취재원은 차량 접근성을 강조하면서 "차를 끌고 나간다는 건 돈 쓰러 간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특색이 없다"는 말도 흘려듣기 힘들다. "2008년 사라진 노점상이 그립다"는 이도 있었다. 마구잡이로 놔두는 게 아니라 지자체 주도로 구역을 정해 다양한 종류의 노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하면 도움이 될 거란 설명이 뒤따랐다. 서울시의 '거리가게 특화거리'는 참고할 만하다. 좁은 보도에 모여 있던 노점을 한꺼번에 넓은 곳으로 옮기면서 거리 환경을 개선한 노량진 컵밥거리가 그 사례다.

그래도 낙담 상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는 건 상권이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일어날 거란 믿음이 있어서다. 동성로상점가상인회는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상가 입점 문의를 해 왔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는 주류업계 1위 기업이 동성로에 신제품 팝업스토어를 차려 발길을 끌고 있다. 2020년 SPA 브랜드가 빠져나간 뒤 3년 가까이 5개 층을 비워 뒀던 한 상가도 새 세입자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