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한풀 꺾이고 재택근무가 줄어들면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는 직장 내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상급자나 고연차 직원이 하급자 또는 저연차 직원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것 자체가 '갑질'로 인식될 수 있는 탓이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노치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 SNS 등으로 급격히 확산하는 미확인 갑질 사례는 엉뚱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대기업 계열사 모 부장은 회사로부터 갑질 경고를 받고 마음이 편치 않다. 과장급 직원이 "반려견이 아파서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잦은 오후 반차를 쓴 것에 대해 "업무 흐름이 끊긴다"고 한 것이 갑질이 됐다. 자주 자리를 비우는 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은 것도 갑질이라는 조사 결과가 돌아왔다. 바이오 기업 상무는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팀장에게 웃으면서 "잘 좀 하자"고 했다가, 팀장으로부터 갑질 고소를 당했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 이유다. 한 달에 걸친 회사 내 자체 조사에서 '갑질 무혐의'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황당함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갑질 역전 현상이 가져오는 고통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열심히 일하겠다"고 찾아온 아르바이트생이 이틀 만에 멋대로 그만두고, 한 달쯤 뒤 "이틀치 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노동청에 고소해 곤욕을 치른 경우가 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출근 첫날부터 지각하고 근무시간에 주문도 제대로 받지 않는 등 너무 불성실해 해고를 통보했더니, '한 달치 해고 예고수당'을 달라는 요구를 받고 당혹했다. 취직보다는 아예 '해고 예고수당'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지만 노동자 중심의 현행 근로기준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직장갑질 119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9년 7월 갑질 금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2019년 44.5%, 2020년 30%, 2021년 28.9%, 2022년 29.1%로 갑질 경험 응답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상급자=갑질 주체' '법=을을 위한 보호 장치'라는 견고한 사회적 인식을 악용해 '역갑질'을 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을'이라도 '역갑질'을 하는 순간 갑질의 주체가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갑·을이 고정되어 있다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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